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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똥꼬'가 들어간 바둑 기사(記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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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은 근엄하거나 때로 비장미마저 풀풀 풍겨내는 바둑 글에 갑작스레 '똥꼬'란 말이 등장할 수 있을까?
아. 그런데 그럴 수 있었다. 찾아본 결과 조선일보에 있었다.
보통 똥꼬란 말은 좀 유아적인 표현으로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면서부터는 점차로 입에 담지 않게 되는 말이다. 가끔 자취를 찾아 볼 수 있는 곳은 주로 아이들이 잘 보는 동화류나 패션기사의 일명 '똥꼬치마'정도이고 유별나게는 인터넷의 딴지(ddanzi.com)에서 대놓고 사용하고 있음이다 . (아마 딴지 같은 곳에서 바둑기사를 쓴다면 때로 비장함과 엄숙함을 심하게 풍기기도 하는 바둑 뉴스가 '똥꼬가 움찔 움찔하는 롤라코스터 같은 승부의 현장'으로 변할 지도 모른다.)
조선닷컴(chosun.com)에서도 분명 그러했다. 기사 검색란에 '똥꼬'를 넣고 엔터! 그리고 그 검색의 결과들은 역시 기사에 들어간 '똥꼬치마'와 '똥꼬'란 낱말이 들어간 동화책 소개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중 수요바둑이란 코너에 '똥꼬'란 말이 자리잡고 있음에 단연 눈길이 쏠렸다.
[수요바둑] 신예기사들 “애칭 부르며 승부 긴장감 풀어요” (2001.07.10)
이와 같은 제목이었는데, 프로기사들의 애칭(?)중 '똥꼬땅'이란 별명이 소개되어 있었던 것이다. 현재 신예강호인 Y 5단의 별명으로 소개된 '똥꼬땅'의 뜻은 '똥꼬가 땅에 닿을 정도의 숏다리'란 의미로 당시 키가 작고 통통했던 Y기사의 몸매를 빗대어 나온 말임에 틀림없다. 이 별명 덕분에 '똥꼬'로 찾은 기사 검색에 별나게도 바둑관련기사가 검색될 수 있었던 것이고.
프로들의 별명중에는, 버릇이나 기풍을 빗댄 것, 혹은 관전기자가 느낀 이미지를 표현한 멋진 별명도 많지만 은근히 외모를 노골적으로 건드린 것도 많다. 그중 '흑기사' 김승준은 까만 피부를 지칭한 것이지만 그래도 상당히 멋진 편이고, 청년강호 Y 6단의 경우는 두터운 입술을 빗대 '두툼이'란 별명이 동료 기사들 사이에서 통하고 있다.
이제 20대 후반에 접어들어 30대를 눈앞에 둔 Y 6단이 말하기를 대국을 하는 중에도 심심찮게 그런 이야기를 듣는 다는 것이다. 가령 예선 대국을 하고 있는 중, 옆에서 관전하던 젊은 선배기사가 자신의 착수를 보고는 " 참으로 두툼한 수야...좋은 수,,,아주 두툼해...역시 두툼한가?." 이러더라는 것. 평상시 친근함을 더하기 위해 부르는 별명이지만 이럴 때는 무척 괴로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주 많은 별명을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톱기사들은 자신의 별명에 대해 신경이 무척 쓰이는 가 보다.
전해들은 이야기지만 가령 서봉수 9단의 경우 처음에 등장했을 때 실전적이고 야무진 기풍을 빗대 '하이에나, 들개, 삵괭이' 혹은 '무협지의 마도(魔道)나 흑도(黑道)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는 그런 표현들을 무척 싫어했다고 한다. 하지만 서 9단은 점점 더 유명해지자 '야성의 표범' '야전 사령관' '순국산 된장 바둑(일본 유학을 가지않고 독학한데서 유래한 별명)'같은 꽤 긍정적이고 멋진 수식어를 가지게 됐다. ( 나이가 든 요즘에는 '야성의 표범'같은 표현에는 몹시 쑥쓰러워한다고도 한다.)
루이나이웨이도 사납고 거센 기풍때문에 '마녀(魔女)'라는 아주 강한 느낌의 별명이 있었는데 루이 본인이 정말 싫어한다. 그래서 쓰이기 시작한 것이 좀더 표현이 완화된 철녀(鐵女) 혹은 철완(鐵腕)', 하지만 이것도 좀 독하다 싶으면 그냥 '세계여류최강'으로 수식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스스로 별명 비슷한 것을 짓는 경우도 많다. 복동이, 괴동, 목고수 등의 애칭을 가진 목진석 6단의 경우 괴동(怪童)이란 별명은 인터넷 등에서 스스로 부르고 다녀 완전히 정착한 케이스다. 이 괴동이란 별명은 목진석 6단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뉴스 기사에서는 여전히 자주 쓰인다.
또한 예로는 원성진 4단. 자신감이 넘쳤던 입단초기의 원성진 4단은 '두점깔아'라는 아이디로 인터넷 바둑을 휘집고 다니기도 했다. '닭칼국수'라는 대화명도 있었는데 이 대화명은 한국기원 옆의 자주가는 칼국수집의 단골메뉴에서 따 온 것이다.
뉴스 이야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굳이 별명을 쓰진 않더라도 누군가는 심하게 기분이 안좋아질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뉴스야 어차피 승자 위주이지만, 패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기분이 아주 더러운 일'을 다시 한번 봐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99년도, 루이 9단은 그해 33승 6패, 84.62%로 승률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이창호 9단의 83.61%(51승 10패)를 근소하게 제쳤던 것. 그 승률 1위, 루이의 99년도 마지막 대국이 당시 목진석 4단과의 판이었다. 그 판은 그해의 승률 1위와 2위가 결정나는 판이었기에 관심이 집중됐었는데, 대국 내내 유리했던 '목고수'가 후반에 치명적인 실수를 해서 대마를 헌납하고, 루이에게 승률 1위를 선사하는 승부가 되고 말았다.
당시 이 사건에 대해 한국기원 홍보실에서 뉴스 작성을 했었는데, 대충 이런 것이었던 것 같다. '반상의 마녀, 루이 괴동꺾고 승률1위...- 머 이런정도. 그리고 세세한 곳에서는 - 이로써 루이는 초특급 신예강호, 괴동 목진석의 대마를 최후의 제물로 삼아 99년 승률1위를 확정하게 되었고..어쩌구,저쩌구...- 하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마침 복기가 끝난 후, 다른 사람들의 기보를 얻으러 홍보실에 들렸던 '목고수'가 등뒤에서 왔다 갔다 한다. '이런 변(?)이 있나?' 하며 등뒤에서 마구 아쉬워 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를 물어 보니 수읽기 까지 마치고 끝내는 수순도 읽어 놓았었는데 자기도 모르게 두지 말아야 할 수를 두었다는 것이다. 이른바 승부에 진 프로들을 가장 괴롭게 만드는 착각의 늪에 빠졌 던 것이다. 그러면서 작성된 뉴스 기사도 힐끗 힐끗 보는 것 같았는데 한숨 소리가 드높았다.
굉장히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뉴스는 좀 더 건조하게 바뀌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든다. - 이로써 루이는 목진석을 넘어 99년도 승률 1위를 확정했다. - 이런식으로.(재미는 좀 더 떨어졌을까?)
아무튼 별명이든 애칭이든, 혹은 어떤 표현이든 승부에 매달려야 하는 프로 기사라면 숙명처럼 이런 것에 시달려야 할지도 모른다. 성적을 내지 못하는 기사라면 그들의 별명이 소개되지도 못하고, 뉴스에도 나올 거리가 없으니 바둑뉴스를 보고 또 한번 열받을 일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그렇다고는 해도, 아주 재미있다고 해서 본의 아니게라도 말로써 또는 글로써 누군가를 심히 괴롭히는 일은 마찬가지로 없어야 할 것 같다.(혹시라도 그런 적이 많았을지도 모른다. 어쩔 수 없었다...) - '똥꼬'기사를 발견은 했지만 아무리 재미가 있어도 외모를 본 뜬 별명은 되도록 일상에서 쓰지 말아야 겠다.
[C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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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진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