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九段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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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의 최고 단계인 九단. 九단에 오른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신의 경지에 들었다는 입신(入神)으로 표현되는 그들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았던 기사들의 九단 승단의 과정과 느낌을 간단하게 살펴본다.
○... 최초의 九段 에피소드
1960년 3월 27일은 대한민국 제1공화국의 老 대통령인 이승만 박사의 생일이었다. 당시 사단법인 한국기원의 제2대 이사장이었던 최하영씨는 노 대통령의 환심을 살만한 선물을 궁리하다가 명예단증을 생각하게 되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단위, 지금도 그러하지만, 바둑계에 공이 많은 아마추어분들에게 수여하는 (재)한국기원의 명예단위는 5단이 보통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권위가 살아있는 신(神)과 어깨동무를 하고 있던 그 시절, 5단 정도의 단위를 감히 조그마한 바둑협회에서 수여한다는 것이 너무나 불손하게 생각되었기 때문에 결국 바둑의 최고 단위인 九단을 수여하자는데 이르렀다.
사상 유례없던 九단의 윤허장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고 한다.
[출처 : 바둑에 살다 , 조남철, 158P]
允許狀 九段 李承晩
貴下는 棋力이 入神의 域에 達하였으므로 玆以 段位를 允許함
西紀 1960年 3月 27日
社團法人 韓國棋院 理事長 崔夏永
한글로 음을 쓰면 다음과 같다:
윤허장 9단 이승만
귀하는 기력이 입신의 역에 달하였으므로 자이 단위를 윤허함
서기 1960년 3월 27일
사단법인 한국기원 이사장 최영하
이로써 한국에는 근대바둑이 발원하고, 프로제도가 정착하지 얼마 안된 처지에서도 파격적인 9단이 하나 탄생한 격이 되었다. 이른바 이승만 9단(명예).
명예 9단의 수여는 당시의 가난한 한국기원이 대통령에게 선물할 수 있는 최고의 정성이자 마음이었을 것이다. 물론 대통령에게 확실히 잘 보여서 근사한 기원 건물이나 사무실을 얻어 내고자 하는 것이 진실된 속마음일 수 있지만 말이다.
당시 한국기원의 이 갸륵한 정성은 대통령의 마음도 움직인 것이 틀림없는 것 같다. 대통령은 다음과 같은 농담을 던졌다 " 내가 9단밖에 안되나!!" - 이래서 윤허장을 전달하던 한국기원 임원들이 잠시 혹시 무엇인가 불경했던 것이 아닌가 하고 당황했다던데. 사실은 대통령의 흡족한 마음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다.
작전은 성공이었다. 하지만 타이밍이 아주 나빴다. 초유의 9단 수여는 대통령을 만족시켰는지 몰랐지만, 그해 얼마있지 않아 일어난 4.19의거로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하였으며, 미국 하와이로 망명한 후 죽을 때까지 대한민국 땅을 다시는 밟을 수 없었다. 따라서 나름대로 협회다운 사무실이나 공간을 확보하려던 한국기원의 소망도 자연히 물거품이 되었다.
●...승단대회를 통한 최초의 9단 : 바둑황제 조훈현[1982]
입신탄생(入神誕生)
... 우리 현대 바둑사 40년, 승단대회가 시작한지 28년, 자신이 입단한지 20년, 일본에서 돌아온지 10년, 전관왕이 된지 2년만에 조훈현이 드디어 九단 -입신(入神)이 되었다.
[월간바둑 82년 6월호의 특집 표제문]
1982년 5얼 4일, (재)한국기원의 승단대회를 통한 최초의 九단이 탄생했다. 말하자면 정통성과 권위, 최고의 실력을 갖춘 九단이 한국바둑계에 최초로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5월 4일 승단판의 대국자는 현 한국기원 원로기사인 김재구 七단(당시), 김 七단이 불계선언을 '축하하네'라는 말로 대체하는 순간, KBS, MBC, 연합통신 각 일간지등 각종 언론매체의 인터뷰와 질의가 곧 이어졌다. 그만큼 조훈현 九단의 입신 등정은 당시 바둑계 최고의 이슈이자 우리 바둑의 발전을 확인하는 대단히 큰 의미가 있었다고 보인다.
최초의 9단탄생에 대한 특별이벤트도 성대하게 치러졌다. 합동기자회견은 물론, 5월 6일에는 팬들(13명)과의 동시다면기, 같은 날 엠베서더 호텔에서는 수담회가(手談會)가 주최한 기념 축하연이 있었다. 지금은 중견강호로 활약하는 백성호 5단과 강훈 4단(당시)이 축하 기념대국을 두었고 입신에 오른 조 9단이 그 대국을 즉석에서 청중에게 공개 해설하기도 했다.
82년 6월호 월간바둑에 실린 조훈현 9단의 몇가지 인터뷰
- 축하한다는 인사와 기분에 대해 묻자
" 九단은 기사가 자신과 싸워 올라가는 마지막 계단이므로 기쁜거야 당연하죠. 그러나 몇 번 말씀드렸듯이 여러 선배를 앞질러 된 데 대해 무척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이에 비해 성취가 빠른 것이 아니냐는 주위의 지적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동감합니다. 그러나 프로기사의 세계라는 것이 본시 실력사회이므로 저로서는 성취감이 전혀 없다는 것은 거지말이겠지만, 지금의 위치를 지키고 더 향상하는 노력과 자세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당시 조 9단 및 주위의 반응은 조 9단이 기사로써 최고의 절정을 맞이하였다는 분위기가 많았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조 9단은 그 후로도 고삐를 놓지않고 정진. 한국최초의 9단 승단후,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프로 바둑계 정상의 일각을 고수하고 있다.
○...2번째 九단, 영원한 국수(國手) 김인[1983]
조훈현 9단이 최초의 입신자리를 차지한후 1년뒤, 김인 8단이 83년 4월 6일 김동명 6단을 승단대회에서 불계로 이기고 9단으로 승단했다. 김인 9단이 입단한지 25년만의 일이었고 한국바둑계 두번째의 9단 승단이었다.
김인 9단은 바둑계의 신망이 매우 두터운 기사였으며 70년대에 조남철 시대를 끝내고 김인시대를 연 바둑계의 거장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9단위를 차지한 사람이 바로 조훈현 9단)
김인 9단이 입신에 등정하자 월간바둑은 그의 승단보에 대한 자전해설, 그리고 현 중앙일보 바둑전문위원인 박치문씨의 장문의 기사론을 특집으로 실어 프로기사 김인의 九단 승단을 축하했다.
자전기의 맨 마지막줄에 나오는 김인 九단의 멘트를 옮겨본다.
" 세월과 함께 九段이 되기는 했지만 별로 실감이 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구단은 최종의 단계지만, 최종의 단계와 우리의 궁극의 목적과는 조금 다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3번째 九단, 한국바둑의 아버지 조남철[1983]
만장일치로 九단 추대
조남철 선생은 한국 바둑의 개척자로써 일생을 바친분이다. 한 때 바둑이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해있을 때 이를 '조남철이 와도 안된다'라는 말의 비유가 유행할 정도로 한국프로바둑초창기, 국수전을 9연패한 무적의 강자이기도 했다.
초기 승단대회의 큰 틀을 잡은 것도 조남철 선생이었다. 초기의 틀은 무척 엄격해서 절대무적인 조남철 9단이 승단하는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고 결국 8단에서 지체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동안에 선생의 나이는 환갑(83년)에 이르러 젊은 강호들과의 대국을 통해서 9단으로 자력 승단하는 것은 사실 어려워지고 말았다.
또 하나는 조남철 선생이 스스로 승단을 기피한 것이 한국 최초의 9단이 되는 것을 막게 했다. 스승인 기타니 미노루(木谷 實) 선생이 8단이라는 이유로 9단 되기를 극구 사양하고 피했기 때문이었다. 스승을 넘어선 단위를 가질 수 없다는 다소 유교적인 명분이 선생을 승단대회 활동에 적극적일 수 없게 만든 것이다.
그러나 조훈현 9단과 김인 9단이 한해차이로 9단에 등정하여 9단진을 형성하게 되자 한국기원 이사회에서는 83년 9월 15일 선생의 九단 추대를 만장일치로 의결하였다. 63년 八단이 된 이래로 20년만이었다. 선생이 한국바둑계에 미친 영향력과 공로를 생각한다면 당연한 일.
○... 이창호, 유창혁 특별승단[1996]
이창호 7단과 유창혁 7단은 96년 6월 17일 (재)한국기원 상임이사회의 결정으로 九단으로 특별 승단했다. 각종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경력을 인정 받은 것. 두 사람의 승단은 그 전에 바둑계 내부에서도 실력과 경륜을 놓고 논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앞서의 세사람이 9단이 될 때와는 시대가 많이 틀려졌다. 그동안 9단이 많아져서인지, 어떤지.. 9단 특집은 사라진지 오래가 되었다. (그리고 승단대회의 승점제도도 개정을 통해 두어 차례 개정이 되었다.) 두 사람의 특별승단에 관한 월간바둑의 기사는 당시 양형모기자가 취재한 두쪽의 인터뷰이다. 두 천재 기사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 재미있다.
■이창호 : 그냥 순리대로 한걸음씩 승단하는 것도 좋다.
- 드디어 입신의 경지에 올랐군요, 특별 케이스로 오른 만큼 감히도 남다를 듯 싶은데요.
"무엇보다 승단대국을 두지 않아도 돼 기쁩니다. 앞으로 9단이 되기 위해서는 승단대국만 20국 정도를 더 두어야 하는데 요즘 기전도 많아지고 해서 솔직히 부담스러웠거든요. 어쨌든 국제대회등 굵직굵직한 대회에 좀더 전력을 기울이기가 쉽게 됐습니다."
- 사실 이 九단 같은 경우 가만히 놔두어도 9단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 였다고 봅니다만. 과거 조치훈 9단은 8단의 신분으로 명인에 오르자 일본기원에서 특별승단을 결의했지만 조 9단이 거부한 바 있는데 혹 이 九단도 그런 마음은 없었습니까?
"...... 글쎄요, 사실 전부터 제 특별승단 문제가 기사회에서 거론됐다가 무산되길 몇 차례나 했거든요, 그럴 때마다 솔직히 그냥 실력으로 승단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 성격상 한걸음씩 순리대로 승단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거든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 특례승단의 결과가 불만족 스럽다는 뜻은 아닙니다."
■유창혁 : 승단제도를 고치자
- 입단 12년만에 드디어 九단에 오르셨습니다. 七단에서 九단으로 껑충 급상승한 예는 일본의 경우에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기분은 어떠신가요?
"제가 승단하는데 힘을 써주신 모든 분들께 우선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1년에 10판씩 무조건 의무적으로 두어야 하는 승단대국을 둘 필요가 없어져 마음이 편합니다. 사실 승단대국은 맥이 좀 빠지는 것이 사실이거든요"
- 그렇다면 승단대회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는 말인가요?
"물론 기전수도 몇 안되고 상금도 적어 승단대회 대국료도 무시하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기전수가 프로기사들이 감당키 어려울 만큼 증가했고 국제기전의 우승상금이 기억원을 넘는 시대게 대국료도 없는 승단대회에 큰 의미를 가지기는 어렵겠지요. 앞으로 승단대회의 역할은 점차 축소될 것이고 종국에는 사라져야 한다고 봅니다. 대신 기전 성적등을 토대로 한 새로운 승단규정이 만들어져 이를 대치해야 하겠지요. 아마 토너먼트 기사라면 대개 제 생각에 동의하리라 생각합니다"
●... 현재 한국의 九단은
2002년 8월 현재 한국의 九단은 총 21명이다. 바둑에 인생을 걸어 성실하게 삶을 꾸려온 최종 단계로써 9단의 의미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현재 7단과 8단진에 무서운 속도로 승단행진을 벌이는 20대 청년강호들이 다수 있으므로 앞으로 2~3년내에 수명의 증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C군]
★ 9단 명단
이창호 조훈현 유창혁 조남철 김인 윤기현
서봉수 장수영 백성호 서능욱 정수현 김일환
김수장 강훈 최규병 양재호 임선근 노영하
조대현 강주구 예내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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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ts바둑 |
｜ 2003-11-19 오후 9:38: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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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감회가 새롭네요..재밌습니다... 그런데 지나가는 과객도 없는지..직까지 흔적도 없네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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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통털어 최초의 9단은 누구일까요? 아시는 분 답 달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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