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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패가 뒤바뀐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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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결과는 흑이 이겼는데 실제 승부는 백이 이겼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일이 있었다. 김학수 六단과 박종열 四단의 예선대국이었다. 바둑을 다 끝내고 계가를 했는데 박四단의 반집승이었다. 김六단은 고개를 갸웃했다. 보통 프로들은 막판까지 난전이 벌어지지 않는 한 계산을 이미 다 해놓고 계가를 한다. 집을 세는 것은 단순한 승부 확인작업에 지나지 않는다.
김六단의 머릿속 계산에는 반집승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반집패가 나왔으니 이상스럽게 생각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계가 결과가 그러니 승복을 할 수밖에.
나중에 김六단이 다시 계가를 해보니 반집승이었다. 반면을 자세히 살펴보니 박四단이 가일수할 곳을 하지 않은 것이다. 그곳은 종국후 공배를 다 메우면 단수 상태가 되므로 당연히 가일수를 해야 되는데 박四단이 깜박한 것이다. 김六단은 으레 가일수를 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빗나간 것이다.
이럴 경우 어떻게 되는가? 당시 대국은 예선바둑이라 기보를 작성하지 않았지만 명백하게 승패가 뒤바뀐 것이다.
이 경우 종국 후 즉시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승패는 처음 인정한 그대로 변함이 없다. 바둑을 부칙 제4조 3항 '상대방이 반칙을 했을 경우 즉시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 심판자격이 없는 제3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묵인으로 간주하고 대국을 진행한다.'라고 돼 있다.
이 조항을 유추 해석하면 대국 결과에 대한 판정도 즉시 하지 않으면 승패를 인정한 것이 된다. 따라서 뒤늦게 승패가 잘못됐다고 따져도 결과는 뒤바뀌지 않는다.
이 경우 한 가지 문제가 남는다. 이처럼 예선에서는 기보를 적지 않지만 예선 결승을 포함한 본선 이상 대국에서는 기보를 남긴다. 이때 결과가 뒤바뀐 기보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 월간바둑 이성구 편집장 / stlee@baduk.o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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