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각시간을 어떻게 조정해야 하나요?
|
|
|
|
|
8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숙명의 라이벌 조훈현 九단과 서봉수 九단이 제23기 왕위전 도전2, 3국을 벌이게 됐다. 이 대국은 우리나라 최초의 해외대국이었다. 그런데 이 역사적인 대국에서 웃지도 울지도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도전2국이 끝나고 선수단은 라스베가스로 관광을 떠났다가 도전3국 전날 다시 로스앤젤레스의 호텔로 돌아왔다.모처럼만의 해외대국이라 대국 전날 저녁에 술을 과하게 마신 서九단. 문제는 다음날 도전3국(사진) 대국개시 시간인 10시가 돼도 서九단의 얼굴이 안 보이는 것이 아닌가.
기전진행자가 서九단의 방에 가 봤으나 서九단은 어디에도 없었다. 대국자가 행방불명이 된 것이다. 혹시 말도 통하지 않는 이국 땅에서 사고가 난 것은 아닌가. 모든 사람이 걱정이 돼 백방으로 찾아다녔는데 찾지를 못했다. 그런데 40분이 돼서 서九단이 부스스한 얼굴로 허겁지겁 대국장으로 들어왔다. 어떻게 된 거냐? 자초지종을 물으니, “엉뚱한 사람이 내 방에 들어와 놀래서 깨보니 내가 남의 방에서 자고 있었다.”라고 한다.
사정은 이렇다. 관광을 하기 위해 체크아웃을 했다가 대국 전날 다시 호텔에 숙박하면서 방이 바뀐 것. 술에 취한 서九단은 그것을 모르고 전에 묵었던 그 방에서 자다가 방 주인이 아침에 들어오는 바람에 일어난 것이다.
문제는 대국시간 공제였다. 관례대로라면 지각 시간의 두 배인 80분을 공제해야 한다. 하지만 서九단이 억울하다며 항의했다.
“방 번호를 제대로 알려 줬으면 관례대로 기전진행자의 전화를 받아 대국장에 올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했으니 진행자의 잘못이 더 큰 것 아닌가.”
이에 진행측도 다소 잘못이 있으므로 어쩌지를 못하다가 결국 한국의 조남철 九단에게 전화를 걸어 SOS를 타전했다. 한국은 그 시간이 새벽4시였다.
이렇게 서九단이 항의를 한 경우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머리를 짜도 잘 답이 나올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조九단은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했으니.
전화벨소리에 깬 조九단은 “진행자와 당사자 모두의 실수가 인정되므로 지각시간의 절반의 배(40분)만 공제하게.”하며 묘수를 전했다. 이른바 쌍방과실이므로 원고 일부승소판결을 내린 것.
( 월간바둑 이성구 편집장 / stlee@baduk.or.kr )
|
|
|
|
|
|
|
|
|
|
|
|
|
|
|
|
|
.gif){kind=lo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