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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돌이 옮겨졌는데 계속 대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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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돌이 옆으로 옮겨졌는데 그걸 모르고 계속 대국한 사건이 있었다. 86년 2월 3일 둔 문명근 四단과 천풍조 六단이 KBS바둑왕전 본선1회전에서 만났다. 한참을 두다가 소매에 끌려 바둑돌이 흩어졌다. 그런데 바둑돌을 제자리에 놓는 과정에서 문四단의 돌을 잘못 놓았다. TV속기전이라 정신이 없던 두 기사는 이를 미처 모르고 대국을 계속했다. 바둑은 끝났고 결과는 다행히 천六단이 승리해 아무런 하자없이 끝나는 듯했는데….
문제는 이를 지켜본 전국의 시청자들이 빗발치게 항의를 하면서 벌어졌다. 마침내 25일 한국기원 상임이사회가 긴급 소집됐다. 결국 '프로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로 판정, 문四단에 대해 '일반기전 6개월, TV기전 1년 출전정지'라는 가혹한 선고가 내려졌다. 대국중 실수로 인한 판결치고는 엄청난 중징계를 당한 셈이다. 바둑돌이 옮겨진 채 계속 대국을 해 그 돌과 연관된 착점이 이루어지면 어떻게 될까?
이 때문에 91년 한국기원은 대국 룰을 정비했는데 부칙에는 대국분쟁에 관한 조항이 들어있다. 부칙 제4조 1항을 보면 '돌이 대국도중 밀렸을 경우는 원래의 곳으로 옮기고 두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옮길 수 없는 경우엔 쌍방이 합의하면 대국을 진행한다. 합의하지 않으면 양자패가 된다.'
따라서 이후 옮겨진 돌과 연관된 착수가 있을 경우 쌍방이 합의를 해야 한다. 제자리로 옮길 것인지, 아니면 옮겨진 자리에서 계속 대국할 것인지. 만약 한쪽은 제자리로 옮겨서 대국하자고 하고 다른 쪽은 옮겨진 상태에서 대국을 하자고 하면 쌍방 합의가 안되므로 이 경우 양자패가 되는 것이다.
( 월간바둑 이성구 편집장 / stlee@baduk.o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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