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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을 놓았다가 다시 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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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 제7기 동양증권배 본선에서 일이다. 우리의 호프 이창호 七단과 일본의 중견강호 야마시로 히로시(山城宏) 九단이 만났다. 그런데 한참 대국에 열중하던 야마시로 九단이 돌을 놓았다가 들었다.
이七단은 어안이 벙벙해 어쩌지 못했고 야마시로 九단도 자기가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눈치를 채고는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七단은 이의제기를 하지 않고 대수롭지 않은 듯 대국을 속개했다. 의욕을 잃은 야마시로 九단은 그러나 던질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끝까지 둬 5집반 패로 결말을 지었다.
국내에서도 이런 경우가 종종 있었다.
80년대말 정수현 六단과 양재호 六단의 대결에서 생긴일이다. 양六단이 대국중 그만 돌을 놓았다가 들어내고 말았다. 정六단은 한참을 망설인 끝에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양六단은 손을 안 뗐다고 주장했다. 할 수 없이 계시원에게 물어볼밖에. 당시 계시원은 손을 뗐다고 명확히 증언. 결국 양六단은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바둑돌을 놓았다가 손을 뗀 경우 착수 위반이 아닌가?
당연히 착수 위반으로 반칙패가 된다. 하지만 상대대국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거나 입회인이 이를 발견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그냥 넘어간다. 대국에 대한 책임은 대국 당사자들에게만 있으며 심판 격인 입회인이 이를 못 봤을 경우 대국은 계속된다.
지난 프랑스 월드컵에서 각국의 선수들이 상대를 잡거나 때리거나 하는 등 무수한 반칙을 했다. 그것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혔다. 하지만 심판에게는 사각 지대에서 일어난 일이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 경우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 월간바둑 이성구 편집장 / stlee@baduk.o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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