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호 총장께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실전기보는 200년경 오(吳)나라의 장수 손책(孫策)과 여범(呂範)이 두었다는 그림2의 기보로 송나라때의 바둑고전 ≪망우청락집(忘憂淸樂集)에 실려있다. 당·송 시대에는 바둑이 상당히 융성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기보는 이 책의 이일민의 위작(僞作)이라는 설도 있다.

국내 기보로서 가장 오래된 것은 갑신정변의 주역 김옥균(金玉均)이 일본 망명시절인 1886년 일본의 본인방 슈에이(秀榮)과 두었던 6점 접바둑(그림3)이다. 이 기보는 지난 92년 바둑서지학자 안영이씨에 의해 일본에서 발견된 바 있다.
사실 한국 바둑의 역사는 이보다 훨씬 오래되었지만, 문서화시키는 일에 소홀했던 탓에 더 오래된 기보가 남아있지 못한 점은 중세 때부터의 바둑사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는 일본의 경우와 비교할 때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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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알기로 위의 게시내용은 안영이 선생의 책에서 인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저 내용이 문제입니다. 결론적으로 1886년 김옥균 기보는 한국의 최고 기보가 아니고, 사진의 최남선 조선광문회 발행 '기보'도 최고의 기보(책의 의미)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일제시대 발간된 광문회판 기보는 [현현기경]인데 이 기보집보다 거의 2백년이나 앞선 기보가 바로 1765년 한양에서 만들어진 민백흥 [기보]입니다. 민백흥기보의 내용도 현현기경과 같은 묘수풀이지만 바둑의 속성을 철학적으로 고려한 내용의 기술이 있어 광문회판 기보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책입니다.

그리고 광문회간 기보보다 앞선 현현기경은 국내에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리고 고서경매장에 가면 심심찮게 나오는 것이 기보입니다. 김옥균 기보보다 앞선 4배자식 조선사람의 기보도 여러 점이 있고 필자도 이미 여러번 발표한 바 있습니다.

(1765년 발간된 민백흥기보.)

필자는 그동안 수차 지면과 칼럼 등을 통해 한국바둑사의 오류를 지적한 바 있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시정을 하고, 문제 제기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문제 삼아야 할 텐데, 소통부족이 거의 담벼락입니다. 물론 한국기원이 한국의 바둑사를 생산하고 다투는 곳이 아니니 한국기원의 책임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나 한국바둑의 가장 책임 있는 단체의 홈페이지의 고정 게시는 고려해 봐야 한다고 봅니다.

총장께서 취임 후 제시한 계획 중 바둑회관(박물관 포함) 건립을 말씀하셨는데 필자 생각으로는 한국기원 홈페이지 '바둑역사란'부터 시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봅니다. 한국기원에 그런 계획이 있다면 국내에 과연 어떤 바둑유물들이 있는지, 소장자는 누군지, 가치는 어느 정도인지 등의 기초적인 조사가 있어야 할 겁니다. 기원 이사장실에 있는 김옥균바둑판이나 몇 분의 마니아들의 소장품 정도를 염두에 두는 일이라면 이건 큰 오산(?)입니다.

최남선이 사장이던 출판사에서 오세창이 제자(題字)를 한 광문회판 '기보'가 이 땅의 최고 기보라는 저런 식의 고민도 책임도 없는 자료를 계속 전시하는 한 한국바둑문화의 창달은 요원한 일입니다.

총장님,
외람되고 침소봉대라 생각마시고 성의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라면 시정하는 것이 발전이고 덕목이라 봅니다. 우공이산(愚公移山)도 한 늙은이의 초심으로 시작된 일 아닙니까.
그럼 한국바둑 파이팅을 외치며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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