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복기가 가능하다. 복기가 가능하기에 역사는 반성의 거울이며 시대의 반면교사다. 우리는 18세기를 역사가들이 만든 스크린을 통해 보게 된다. 우리들이 보는 18세기는 잘 만들어진 한 편의 홍보영화다. 역사가들은 18세기를 조선의 해체와 붕괴기, 그리고 서세동점의 개벽기로 그려낸다.18세기는 탐욕의 지도층과 굶주린 백성들, 그리고 가렴주구에 항거하는 일반 백성들의 시대라는 인식이 우리들이 알고 있던 조선후기의 모습이다.

18세기에는 많은 천재들이 나왔다. 담헌, 성호, 다산, 연암 등 능히 일세를 풍미한 대문장 대학자들이 배출되어 시대를 고민하고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는 선각자로 자리를 잡는다. 그 또한 역사가들의 고군분투(?)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그들도 18세기 안에서는 한 사람의 꿈꾸는 자들이다. 그들도 18세기라는 시대의 아집에 충실했던 사람들이다. 물론 그들은 저작의 성과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들의 실체는 뜨악하다. "신분의 구별은 하늘의 도다 - 성호 이익" "신분은 하늘이 정한 것이어서 거스를 수 없다 - 정약용" 성호 이익이나 다산 정약용도 18세기 신분사회의 질서 안에서 한발짝도 벗어나 있지 않다.

18세기에는 정조가있다.

다산은 임금이 있는 한양이 덕과 문이 피어나는 곳이라 했다. 정조는 18세기 문원의 중심이었다. 정조는 국왕이자 조선 정신의 뿌리인 사림의 영수며 모든 신하들의 스승이고자 했다. 정조는 스스로 '만천명월옹'이라 했다. 월인천강(月印千江)의 다른 표현이다.

홍경래는 정조시대를 살았던 사람이다. 정조의 말년인 1800년은 홍경래가 30대였다. 홍경래는 20대부터 세상을 바꿀 생각을 하고 준비를 한 사람이다. 그가 난을 일으킨 것은 1811년이다. 홍경래난을 그리는 사람들은 난의 원인을 순조의 무능과 무능한 군주의 측신들인 세도 가문에서 찾는다. 성군 정조가 억울하게(?) 죽자 나라는 몰락했고 신하들은 갑자기 부패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왜?"라는 질문을 이곳에 던졌다. 필자는 순장바둑이란 조선의 바둑에도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조선은 순장바둑만을 두엇던 것이 아님을 알았다. 순장바둑의 이야기는 김옥균을 소개하며 자연스럽게 설명하기로 한다. 김옥균은 그 자체로 온전한 바둑소설이다. 김옥균은 정치인 이전에 바둑인이다.

필자는 그동안 바둑과 역사가 뭉뚱그려진 세 편의 소설을 썼다. 그러나 바둑이라는 단일 주제로 소설을 쓰지는 못했다. 그것은 바둑이라는 화두 하나를 붙잡고 원고 3천 매를 쓸만한 준비부족 탓이었다. 이제는 그것이 가능(?)하리라 본다. 화분 속의 꽃 한송이도 피어나려면 시간이 걸린다. 누군가 간혹 물을 주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일단 청룡도는 이곳에서 접는다.부족한 필력, 일천한 식견으로 중언부언하기도 괴로운 일이었다. 고맙고 감사하다. 특히 사이버오로의 후의와 배려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이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