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용의 전사는 반군의 오른쪽 날개가 떨어진 것이었다. 김사용은 부원수 겸 반군을 양분한 부대의 총대장이었다. 반군의 전력의 5할이 그에게 있었고 정주성 안에서도 그것은 유효했다. 김사용의 전사는 공개되지 않았다. 반군의 지휘부는 장사를 치르고도 입을 다물고 있었다.

소문은 정주성 안에 자자했다. 그러나 성민들은 김사용의 죽음을 억지로(?) 살피려 들지 않았다. 김사용은 살아있어야 했다. 그래야만 남진군 북진군으로 다시 한번 대오를 정리하여 떨치고 일어날 기회가 있는 것이다. 며칠 동안 온 성안에 노래가 낭자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너도나도 읊조렸다. 천성적으로 서북인들은 신명이 좋았다.

불이 붙네.

불이 붙네.

의주병영 태우는 불은

압록강물로 꺼야 하고.

용천 철산 성천 정주

가산 박천을 얼른 지나

안주 백상루 태운 불은

청천강물로 꺼주련마는.

숙천 순안 얼른 지나

평양 모란봉 태운 불은

모란봉 능라도며

능라도 을밀대며

청류역 태운 불은

대동강물로 꺼주련마는

이내 삭신 붙은 불은

무엇으로 끈단 말가.

(정주군지)

성민들은 독이 올라 있었다. 그들은 웃음을 잃은 지 오래였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일치단결의 효과가 있었다. 순무영 중군으로 비상한 작전을 수행한 윤효헌은 자신의 일기에 해골 같은 백성들이 가파른 성벽에 붙어 죽도록 저항했다 기록했을 정도다.

"형님, 가족을 피신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군칙이 홍경래를 조용히 찾아 물었다. 주변에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어디로?"

"얼마간의 노자를 마련하여 평양 남쪽으로 피신을 시켜야 할 듯합니다. 형수님이 당차고 현명하시니..."

"그걸 말이라고 하나?"

"형님?"

"군칙, 내가 살면 가족도 산다. 내가 죽으면 가족도 죽는다. 하여 나도 살고 가족도 살야야지. 그것만 생각하자."

"형님?"

"가봐."

홍경래는 더이상 대꾸를 하지 않고 우군칙을 내보냈다. 홍경래의 답은 결사항전이었다. 말로만 하는 남한산성의 구두탄(?)이 아닌 실천하는 결사항전은 무서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