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초의 전사는 홍경래의 피격과 함께 반군의 사기가 크게 꺾이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홍경래는 박천을 나와 송림에 진을 치고 청천강 도강을 기다리다 한밤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피습을 당한다. 피습자는 '김대린'과 '이인배'였다. 이들은 안주병영의 행정을 지원하는 초급장교들로 반군에 가담하여 활동 중이었다.

이들은 누구보다 안주병영군의 사정에 밝았다. 홍경래는 이들을 안주공격을 앞둔 작전회의에 불렀다. 이것이 화근이었다. 이들은 안주병영의 실력과 이해우의 지략과 용기 등이 반군의 실력을 능가한다고 보았다. 반군에 참여한 지 수일 만이지만 군기 면에서 반군이 정규군을 당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공격방향을 영변으로 바꿀 것을 건의한다. 안주에 비해 방비와 지휘자의 역량이 떨어지는 영변을 공략하여 군수물자가 대량 저장되어 있는 영변의 물자를 활용, 반군의 규모를 키워야만 안주 공략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거듭 피력한다. 홍경래도 이들의 건의가 타당하다 생각했다. 그러나 우군칙 이희저 등이 일시에 작전을 바꾸는 것은 불가하다며 안주 공격을 예정대로 진행하자고 한다.

작전의 일괄성 측면에서 그들의 주장도 일리가 있었다. 사단은 그날 밤 일어났다. 진중에는 조정에서 뿌린 유문(삐라)이 퍼져 있었다. 난이 발생하자 순조가 곧바로 내렸던 바로 그것이다.

- 적당의 수괴를 잡아 바치는 자에게 천금을 내리고 수령의 직을 내린다.

이 유문은 김대린과 이인배의 생명줄이 된다. 실패한 반란의 가담자는 역도다. 역도는 본인은 물론 가족과 가까운 친족들의 목숨은 모두 참형이다. 김대린과 이인배는 전황을 부정적으로 보고 스스로 살길을 찾은 것이 홍경래의 목숨이었다.

"장군?"

"무엇인가? 윽?"

사건은 순식간에 일어난다. 면담을 신청하고 막사 안으로 들어선 김대린이 장검을 빼들고 홍경래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고 엉겹결에 뒤로 피하던 홍경래의 이마를 스친다. 상처는 깊었다. 붉은피가 군막의 벽을 붉게 물들였다.

"죽어."

"이놈들?"

이인배가 재차 공세를 취하자 홍경래가 뽑아 휘두른 칼이 날카로운 금속성을 내며 막사 안을 진동했다. 이때 옆 막사에 있던 우군칙과 춘대가 미친 듯 달려 들어오며 칼을 휘둘렀다.

"윽?"

"이놈들?"

먼저 이인배의 등짝이 우군칙이 찌른 칼로 어육이 되었다. 굵은 핏덩이가 분수처럼 등판에서 터져 나왔다.

"얍!"

동시에 춘대가 내리친 칼끝에 이인배의 머리가 떨어져 우군칙의 발아래로 굴렀다. 두 사람은 동시에 김대린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나 김대린은 자신의 칼로 스스로 울대를 찔러 자결을 한 뒤였다. 울대는 목의 급소로 검을 쓰는 자들이 노리는 급소 중의 급소다.

"장군?"

"형님?"

두 사람은 홍경래의 몸을 끌어안고 미친듯 소리를 쳤다. 참으로 어이없는 돌출 사건이었다.

 (홍경래난의 진압 과정을 그린 순무영진도. 관군 28개 부대가 각기 목책을 방어시설로 이용하여 정주성을 포위하고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