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은 짧고 이별은 길다. 유별한 남녀가 만나 50년 해로를 한다한들 장구한 시간 속에서 그 만남은 번개보다 짧은 것이다. 그날 저녁 홍경래와 그의 처 최소사의 만남과 이별은 그렇게 짧았다. 홍경래의 고향에 전해오는 구전가요가 한 편 있다. 제목도 '님노래'다. '용강군지'와 '함경남도지'에 수록되어 있다. 두 권 다 1977년 판이다.

너를 두고 가긴 가나

앞둔새의 넋이로다

간다한들 아조가며

아조간들 잊을소냐.

만권시를 불놓을 때

이별리(離)자 왜 두었나

이별리(離)자 불을 놓고

만날봉(逢)자 쓰려므나.

님이란 게 왜 이런가

잠들기 전 못 잊겠네

밥을 먹고 있잤느니

술끝마다 님의 생각.

잠을 자고 있잖느니

꿈결에도 님의 생각

재미없는 세상살이

박넝쿨에 올려보세.

다시 군사회의가 소집되었다. 대본영인 홍경래의 군막 안에는 다섯 명의 사내가 앉아 있었다. 거사의 주모자들이자 지도자들이었다. 홍경래 이희저 김사용 우군칙 김창시가 그들이었다. 이들 중 홍경래 김사용 우군칙은 군사를 동원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고 이희저와 김창시는 재정과 거사의 명분을 지원하는 인물이었다. 먼저 홍경래가 입을 열었다.

"급보에 의하면 감사가 눈치를 챈 모양입니다."

홍경래는 박천에서 돌아오는 도중 평양감사 이만수(李晩秀)가 거사를 눈치채고 움직이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막료회의를 소집했다.

"아직 눈치를 채지 못한다면 그것도 이상한 일 아닌지요?"

김창시가 염소수염을 만지며 방문했다. 사실은 맞는 말이었다. 신임관찰사는 이만수였다. 이만수는 정조의 각신 출신으로 정조의 가장 신임받던 다섯 신하 천생오태사(天生五太史) 중 한명이다. 천생오태사는 김조순, 남공철, 심상규, 이만수, 서영보다.

이만수는 대단히 영민하고 담대한 사람이었다. 정조는 머리보다 실무적 능력의 인재를 좋아했는데 이만수가 그런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