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관이 전소된 날은 11월3일 밤이었다. 대동관 전소는 평양은 물론 함경도 전 지역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신임관찰사가 즉각 파직될 정도로 조정도 놀랐음은 물론이다. 대동관 사건은 그해 봄에 있었던 황해도 명화적 준동과 곡산부에서 발생한 민란에 버금가는 소요와 어울려 관서지방의 민심을 들끓게 했다.

1811년 3월 황해도 곡산에서는 갑자기 민란의 성격을 띤 소동이 일어난다. 그것은 거듭된 흉년과 사정없는 세금 수탈이 가져온 백성들의 항거(?)였다. 곡산에서 올라온 장계를 검토한 비변사는 곡산부의  안핵사(감사)를 파견하기를 왕에게 주청키로 하고 홍희신이 보고를 한다.

“본부사(本府使)가 창고의 곡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서·북창(西北倉)의 감색(監色)을 모두 부옥(府獄)에다 가두어 버리자, 북면(北面)의 주민 수백 명이 각기 짧은 몽둥이를 가지고 관아의 동헌에 돌입하여 관례(官隷)를 때려눕히고 병부와 인신을 빼앗아 겸읍(兼邑)으로 보내고, 부사(府使)를 끌어내어 빈 섬[空石]으로 만든 들것에 마주들고서 읍과 30리(里) 거리인 지역까지 갔으며, 이어서 내아(內衙)로 들어가 부녀들을 몰아서 내쫓고 갇혀 있던 각창(各倉)의 감색들을 모두 석방하여 내보냈다고 하였습니다.”

하니, 하교하기를,

“관장(官長)을 들것에 실어가고 부녀를 몰아서 쫓아내며 갇혀 있는 죄수를 석방시켜 내보냈다고 하니, 이러한 허다한 죄악은 실로 전고(前古)에 듣지 못한 일이다. 형률로 다스림을 통렬히 가하여 엄한 율(律)로 단죄한 연후라야 오늘날의 풍속을 진정시킬 수 있으며 주민들의 악습을 징계할 수 있을 것이니, 묘당(廟堂)으로 하여금 분부하게 하라.”

(순조실록 11년 윤3월 갑오일)

곡산사건은 백성들의 항거였지만 사건의 전개는 단순사건이 아니다. 백성들이 무장을 하고 관아를 습격하여 관장을 가마에 결박지어 온 고을을 돌며 망신을 주는 한편 동조자를 규합하는 등 민란의 성격을 띠고 있다. 조정은 이 사건을 쉬쉬하고 덮었으나 소문은 흉흉했다.

이런 시점에서 대동관 사건이 난 것이다. 대동관은 명-청 양국의 사신단을 영접키 위해 조선이 국력을 기울여 만든 건축물이었다. 그것이 사회불만세력의 항거로 불타 없어진 것이다. 서북은 이 사건을 기화로 민심이 준동한다.

"난리가 난다네."

"실화라면서 난리는 무슨 난리?”

"허, 이사람 그 말을 믿나?"

"그럼 실화가 아니고 누가 불을 낸 거란 말인가?"

"맞아. 지금 나라를 뒤엎을 수 있는 군대가 있다는 거야. 그들이 불을 지른 게지."

"나라를 갈아엎다니?"

"반란이지. 아니 천지개벽인 게지."

"반란 천지개벽이라고? 누가 그런 일을 한다는 게야?"

"쉬익, 자네만 알고 있어. 천군이 온다는 게야. 요동에 이미 십만 천군이 집결해 있다는 게지."

"천군?"

평양사람들뿐만 아니라 서북인들은 삼삼오오 모이기만 하면 천군(天軍)을 수군거렸다. 십만 명의 천군이 이미 요동지역에 집결하여 압록강을 도강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모습을 한 소문이 떠돌고 있었다.

천군도래는 홍경래가 대동관전소와 함께 서북에 퍼트린 또 다른 요언이었다. 천군은 명나라를 부흥시킨다는 명목으로 일어선 명의 유민들이 만든 군대로 반청복명(反淸復明)의 기지를 만들기 위해 조선으로 쳐들어온다는 것이었다. 다소 설득력이 없고 황당하기까지 한 말이나 이 요언은 서북의 민심을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몰고갔다.

"천군이 해서승룡과 손을 잡는다는 거지."

"서북의 홍대장이 일어나 천군을 맞이한다는 거야."

요언은 해서승룡과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서북의 대장 홍경래의 등장을 예고하면서 거대한 파도를 일으키고 있었다. 들판에서 일어난 바람은 청천강을 넘어 남쪽으로 거세게 불 준비를 끝내고 있었다. 땅과 숲은 바짝 말라 있었고 누군가 그곳에 불만 지르면 세상은 거대한 들불이 타오를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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