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는 대동관의 절경을 뛰어넘는 곳이 여러 곳 있다. 그중 하나가 연광정(練光亭)이다. 연광정은 평양의 절경 중의 하나이자 관서팔경 중의 일경이다. 연광정은 대동강상의 덕암(德巖)이라는 큰 바위 위에 세워져 있고 평양의 진산인 금수산이 정자 왼편에 병풍처럼 펼쳐진 그림같은 곳이었다.

을밀대라 부르는 또하나의 유명한 누각이 바로 금수산 정상에 있다. 산중턱에는 사허정(四虛亭)이 있다. 연광정에서 보면 건너편에 모란봉과 부벽루가 보인다. 등라도는 연광정과 부벽루 사이를 기억자로 꺾어 흐르는 대동강 가운데에 있다. 연광정에서 보면 평양성 안이 모두 내려다 보인다. 지형적 위치까지 중요한 면이 있어 군사적으로 중요하며 이름까지 훈련의 통솔이란 의미로 연관정이라 했다.

춘대는 조필상의 도움을 받아 대동관 주변을 파악하고 객점으로 돌아오는 길에 수많은 거지들이 평양시내를 활보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거지들이 신임감사의 취임식을 앞두고 사방에서 몰려드는 모양이었다. 깔개 하나 등에 지고 성긴 머리 속에서 굵은 이를 한마리씩 떨어트리는 거지들의 행렬은 처량했다.

거지 한명이 와

아침문을 두드리네.

먼시골에서 올라와

도회지 거리를 구걸하고 다니네.

가족과 이별한 지 오래라고

'행로난'을 길게 목청으로 뽑네.

(長歌行路難)

듣고보니 감탄이 절로 나오네.

굶주린 얼굴 슬프기도 해라.

나또한 고단하고 가난한 선비

독에 남은 곡식 한톨 없으니.

아침저녁거리 스스로 대지 못하거늘

너의 급한 형편 무엇으로 구해줄꼬.

나라의 커다란 창고 풀어

배고픈 이들 먹이고 싶어라.

옆사람은 나의 어리석음을 비웃고

나의 측은한 마음 헤아리지 못하네.

조선후기 사람 '이득원'은 조선천지에 가득한 거지들을 노래한다. 조선의 거지들은 생업에서 유리되어 거지가 되었지만 거지라 해서 그냥 구걸만 한 것은 아닌 모양이다. '행로난'은 악장에 있는 노래다. 족보가 있는 음악인 것이다. 이득원이 본 거지는 악장 속의 노래 한편을 명창의 솜씨로 뽑고 있다는 것이다. 정조는 바로 이런 시를 사문난적(?)이라 했다. 이단의 문체라는 것이다.

"걸인들 단속은 안하는 모양이구료?"

춘대가 거지들을 보고 말했다.

"저들에게는 이년에 한번 있는 명절이지요. 관에서도 넘어가는 게 관례입니다. 밥 몇 끼는 얻어먹을 수 있으니까요."

"평양에 거지들이 저리 많습니까?"

"아니죠. 송도는 물론 안주 영변 등의 거지들까지 몰려오지요. 삼사 일은 얻어먹을 수 있으니 수백 리 길도 마다하지 않는 거죠."

춘대는 조필상의 말을 들으며 허전했다. 몇 끼 식사를 위해 수백 리 먼지길을 헤치고 온다는 말이 억장이 무너지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