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대는 평양을 누구보다 잘 아는 조필상과 숙고를 거듭한 끝에 '사창' 공격을 포기하고 방향을 다른 곳으로 잡았다. 목표는 대동관(大同館)이었다. 대동관은 한양 평양 의주로를 통해 중국을 오고가는 사신단이 묵는 시설로 특히 중국시산단의 영접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곳으로 규모와 호화로움을 함깨 갖추고 있었다.

대동관은 한양이북 최고의 건물로 알려진 만큼, 실내장식이 궁을 능가할 정도였다. 대동관은 성내의 중심에서 오 리 정도 떨어진 대동강변의 경치가 좋은 곳에 있었다. 관의 누각에 올라보면 굽이치는 대동강이 한눈에 보여 중국사신들이 많은 시를 남겨놓을 정도였다.

"이곳은 사신단만을 위한 시설로 평상시에는 거의 문을 열지 않습니다."

조필상이 백지 위에 대동관의 시설과 경비상황을 그리며 말했다.

"경비도 안선단 말이지요?"

"평상시에는 아전 한명과 관노 몇이 관리를 하지요. 사신단이 올 때마다 이예병조에서 아전들이 나와 난리를 칩니다만 평상시는 한가하지요."

"사창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구료?"

"사창은 평양의 목숨이니 그럴 수밖에요."

"어쨋든 잘 되었군요. 이곳을 불태우는 것이 사창 못지않게 파급효과가 있을 겁니다."

춘대는 대동관 공격이 사창 공격 못지않은 파괴력이 있을 것임을 직감했다. 대동관이 조선외교에 갖는 의미가 각별했기 때문이다.

"대동관을 불지른다면 함경도뿐 아니라 조정까지 난리가 날 겁니다. 곧 동지사신단이 한양을 떠날 텐데 당장 그것부터 여의치 않겠지요"

"답습을 한번 합시다. 안내를해주시오?"

춘대는 조필상과 함께 대동강변에 있는 대동관을 찾았다. 평양에 많은 외지인들이 들어와 있는 탓인지 대동관주변에는 수많은 행락객들이 와 있었다. 대동관은 구경꾼들의 접근을 막지 않고 있었다. 여관을 지키는 아전과 관노들은 오히려 그들의 발길을 반기는 듯햇다.

"이곳은 성안의 행락지입니다. 경치가 워낙 좋다보니 관에서도 사신단이 들어와 있지 않으면 성민들의 발길을 막지 않습니다."

조필상이 관의 가장 높은 곳의  누각에 오르며 말했다. 여관은 십여 동의 크고작은 건물로 선명한 단청까지 입혀져있어 호화롭기 그지없었다.

"과연 절경이구료. 중국사신들이 유숙할 만하겠어요."

"그 까다로운 떼국놈들도 이곳만큼은 시비를 하지 않는답니다. 좋은 풍광에 일미인 음식 거기다 평양기생들의 수발을 받는다면 신선이 따로 없겠지요?"

"하하, 죽지육림이구료. 그거 말 되오이다."

춘대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동관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화공을 가하려면 화약을 설치할 적당한 지점을 찾아야 했다. 대동관을 통째로 날려 버리기 위해서는 열 곳 이상에 화약을 설치해야할 듯했다.

"도주로도 확보해야하지 않을까요?"

조필상이 춘대의 뒤를 따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의 모습은 시골사람이 도회지에 처음 나와 이곳저곳 신기하게 구경하는 모습이었다.

"성을 쉽게 넘을 수 있는 곳이 있을까요?"

춘대가 성문이 닫힌 야밤에 작전을 마치고 철수를 하려면 성벽을 넘을 수밖에 없을을 알고 물었다. 평양성의 성벽은 높고 단단하기로 유명한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