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창은 군량미를 보관하고 있는 북병의 가장 중요한 기지로 평양성내에 십여 동의 거대한 창고가 있었고 그 속에는 수만 석의 군량과 전쟁비축물자가 보관되어 있었다. 홍경래군은 한양에서 발진할 관군이 평양사창의 군량을 발판으로 반격을 해올 것으로 판단하고 먼저 그곳을 파괴하려는 작전을 세운 것이었다. 그러나 조필상은 두 손을 들고 만류하고 나왔다.

"사창에는 백여 명의 군졸과 수십 명의 호방 아전들과 노비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사창 백보 주변에는 높은 목책까지 둘러쳐 있지요. 관원들이 아니면 접근조차 쉽지 않습니다."

"뭐요?"

"병법을 논하기 전에 아생연후살타 아닌지요?  불과 이십여 명의 대원으로 사창을 공격한다는 것은 섶을 들고 불로 뛰어드는 것입니다."

"끄응."

춘대는 평양사창 파괴작전이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박천 본영에서 평양의 방비를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창을 지키는 군졸은 군기까지 있습니다. 녹봉이 지급되는 군졸들로 자긍심도 있지요."

"그래도 해야 하오."

"무인이 명을 받았으면 결행해야겠지요. 그러나  이것 좀 보시요."

조필상이 춘대를 방안으로 안내하고는 지도를 한장 꺼내 보여주었다. 평양성내도였다.

"사창은 바로 이 계곡 안에 있습니다. 이 계곡은 평상시에도 잡인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지요. 감사의 경비는 소홀해도 이곳의 경계는 강력합니다. 함경도 제일이라 할 수 있지요."

"그 정도란 말이오?"

"북병의 병사들만이 아니라 유사시 평양성민의 생명줄이니 그럴 수밖에요."

"그렇다면 안에 사람을 넣어야 합니다."

"망원을요?"

"바깥에서 무작정 들이칠 수는 없지 않소이까?"

"그건 시간이 필요합니다. 며칠 만에 동지를 포섭한다는 것은..."

"끄응...  다른 방법은 없겠소이까? 무조건 해야 합니다. 성안에 들어온 동지들 다 죽는 한이있어도 해야 하는 일입니다. 조의원 게곡에 불을 지르는 건 어떨까요?"

춘대가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안됩니다."

"왜요? 요즘 비가 오지 않아 산이 바싹 말라 있어 화공의 적기인데?"

"대성산에 불을 지르면 평양성 전체를 태울 것입니다. 죄없는 백성들이 크게 다칠 터이죠. 허나 사창은 숲과 수백 보나 떨어져 있고 화성금화사의 방화책에 따라 지어진 탓에  살아남을겁니다."

'으..."

춘대는 신음을 토했다. 작전의 서막을 여는 순간부터 무엇인가 자연스럽지 않음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