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필상은 약방의원으로 생업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무인이었다. 조필상은 젊은시절 십년 이상을 무과를 응시하다 끝내 빛을 보지 목하고 주저앉은 한이 있었다. 그런 사람이 집안 가업을 이어받아 약방을 지키며 산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 못된다. 이필상은 가슴속에 항상 채워지지 않는 무엇을 담고 살았다.

조선을 공부하다 보면  과거제도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조선의 과거는 조선을 가장 조선답게 하는 제도였다. 과거제도는 당시 세계에서 조선 중국 베트남에만 도입, 시행되던 제도다. 오늘날 세계의 선진국인 일본마저도 그저 칼잽이들이 힘으로 벼슬을 하던 시대라면 과거제도의 선진성을 알 것이다.

과거의 탁월성과 효용성은 제도의 공명정대함에서 나온다. 반상의 구별이 있는 신분제 사회에서 천민이나 노비 등에게 응시를 제한하기는 했지만 양반사대부 평민 등은 원칙적으로 공정한 경쟁을 해야했다. 이 경쟁에서 조선의 인재들이 쏟아져 나왔다.

조선의 과거의 공정성은 숙종 때까지는 비교적 잘 지켜진다. 그러나 영정조시대로 오면서 급격하게 문란해지기 시작한다. 과거제도의 문란은 조선의 붕괴로 이어지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조선의 남자라면 문무과를 한번이라도 응시(?)해 보는 것이 영광과 소망일 때였다.

조필상은 마흔이 넘어 무과를 포기했지만 아직도 시간이 날 때마다 말을 타고 활을 쏘는 기백이 살아 있었다. 조선의 무인들은 만능 스포츠맨이라 할 수 있다. 다채로운 근육을 쓰는 여러가지 기예와 양식과 마음을 수련한 지적 양식까지 구비를 해야 무과를 통과할 수 있었다.

정약용은 경세유표에 무인이 되는 절차를 기록한다. 정약용은 무인의 자질을 덕행으로 보았다. 덕행이 먼저 있고 나서 삼도지략과 기예도 있다는 것이다. 먼저 인간을 보고 병법과 기치창검술을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무과는 보통 칠일간 시험을 본다. 시험절차를 경세유표는 기록하고 있다.

1. 철전과 관혁을 시험한다.

2. 기사(驥射)외 기창(驥倉)을 시험한다.

3. 진법과 병법을 시험한다.

평가점수는 철전 한 대가 과녁에 명중한 것을 칠분(점수)을 주고 이에 준용한다. 진법은 병학지남으로 시험하고 통솔력은 손자병법과 삼략 중에서 택일한다. 병학지남을 시험할 때는 열두명씩을 한번에 불러 각기 진도(陳圖)를 불러주고 붓과 종이를 주고 그려 내도록한다. 도를 살펴 한 글자 한 획도 틀리지 않은 자를 상등으로 한다.

시험관이 '사람을 뽑아 세를 맡기는 것은 옛날 어떤 이유가 있는가?' 물으면 응시자 중에 '합비싸움에서 조조가 장용과 이전을 나아가 싸우게 하고 악진에게 남아 부대를 지키게 했지요. 이것은 사람을 가려 뽑아 세를 맡기는 것이라 할 만합니다' 정도로 답하는 자를 정답인으로 한다.

조선의 무인은 권법,검술, 활, 창술, 마술 등 개인기에 능해야 했다. 하나같이 쉽게 익힐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이 기본적 개인기에 통솔력이 수반되는 병법 중의 집법운용을 습득해야한다. 이 모든 능력을 갖추기도 쉽지 않은데 정약용은 이 능력에 인격의 구비를 강조한다.

조선의 무인상이 그려지는 대목이다. 오늘날 화랑대에서 조국 국방의 간성이 되길 원하는 사관생도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