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때가 왔다.

시간은 순조11년 10월이었다. 이 해도 기근은 어김없이 조선팔도를 덮어 전국의 백성들은 비명을 질렀다. 전쟁은 평양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홍경래난의 최초의 공세가 평양 '대동관' 공격을 신호로 시작된 것이다. 선봉은 춘대였다. 춘대는 홍경래의 모든 기록의 처음부터 끝까지 나타나는 인물이다. 각종 기록은 홍경래를 항상 둘러싸고 다니는 십여 명의 역사(力士)들을 보고한다.

춘대는 장용영의 박천둔전이 해산되고 오고갈 곳 없는 무인의 처지에서 홍경래를 만나 동지가 된 후 홍경래의 경호에 온몸을 바친 전사다. 춘대는 9월25일 홍경래의 지령을 받고 이십여 명의 몸이 날랜 무사들을 뽑아 청천강을 건너 안주를 거쳐 평양성에 들어와 있었다. 임무는 평양성안의 관청과 사창(식량창고)을 불태워 민심을 크게 준동시키라는 것이었다.

선봉대는 한양으로 내려가는 만상의 일원으로 위장하고 평양성 안의 서너 곳의 객점에 분산하여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성안은 번잡했다. 마침 신임 관찰사의 환영식이 있어 성안의 객점에 방이 없을 정도였다. 평양은 서북을 관장하는 관찰사가 근무하는 대번이다.

평양감사 자리는 조선 관원들이 소망하는 자리였다. 재정이 넉넉하고 사람들의 성정이 활달하여 평양감사의 이취임식은 군왕의 행차를 방불할 정도였다. 평양관찰사 즉 감사는 종2품관이 보임한다. 감영의 기구는 다음과 같다.

감사-1명(종2품)

도사, 판관, 각 1명(종5품)

교수 1명(종6품)

훈도, 심약, 검률 각 1명(종9품)

감영은 이들 정식 관리 밑에 이호예병형공 육방에 이속, 군관, 군교,노비 등 5백 명이 근무하는 맘모스급 관청이다. 오늘날의 도청기구는 도지사와 국장들 그리고 각 과장체계다. 육방책임를 과장급으로 보면 될 듯하다. 감사와 도사 판관은 이동직이다. 한양에서 내려오는 고위직이랄 수 있다.

감사는 평안도의 행정일반을 통괄하고 군사지휘권과 사법권을 행사한다. 감사의 사법권은 지방통치에서 발생하는 행정, 형사, 민사에 이르는 광범위한 것이어서 감사의 권한은 막강했다.

평양감영에는 타도에 없는 금화사(禁火司)가 있었다. 금화는 불을 방어하는 소방서다. 한양에는 수성금화사(修城禁火司)가 설치되어 있었다. 금화사가 하는 일은 성의 수축과 건설 그리고 화재의 방비와 진화다. 그리고 평상시의 중요한 임무는 궁안의 모든 곳의 소방활동이다. '대전회통'에 금화사의 소방활동이 적시되어 있다.

화재가나면 소라(신호)를 불어 알리고 근무자는 모두 달려가 불을 끄고 장졸들은 당직하는 직소를 지키고 다음의 지시를 따른다. 바람이 불 때는 수성금화사는 위수지역 전부를 요령을 흔들며 순찰을 하여 불을 주의시키고 공사 각청에 저수지와 구덩이를 파 모래를 모아 화재진압을 준비하고 각종 소화장비를 비치케 하고 감시한다.

조선은 특히 화재사건이 빈발했다. 그리고 피해 또한 막대했다. 화재에 취약한 건축구조와 산림 등이 문제였다. 한번 불이 나면 대화재로 발전하는 탓에 조선의 방화대책은 오늘날의 소방본부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조선은 산불에도 신경을 써 산림경찰인 '4산참군'을 설치하여 운용하기도 했다.

춘대는 평양에 잠입하여 이틀동안 성안을 살폈다. 신임감사 환영식은 온 성안을 들뜨게 했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형방 병방아전들을 중심으로 한 기찰과 금화사의 활동이 부쩍 강화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