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포장은 박종경의 집에서 포청으로 돌아와 식은땀을 흘렸다. 몸에 열이 많이 올라 있었다. 오포장은 객사에 누워 관아 노비가 달여온 탕약을 마시며 아랫입술을 부들부들 떨었다. 바깥에 나가 있던 가희가 돌아와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오라버니 어디가 아픈가봐요?"

"으으..."

"오라버니?"

"시끄러 이년아? 오라버니는 무슨 오라버니...으 나죽는다."

오포장이 이불을 끌어다가 덮으며 몸을 웅크렸다 오랜 출장에 몸살이 난 것이다.

"어머, 이 약사발 봐, 약은 다 마셔야죠."

"이년아, 약이 문제냐? 나는 이제 죽은 몸이다."

"죽은 목숨이라고요?"

"그래 이년아."

"호호 오라버니도 겨우 감기몸살로 죽기까지 하겟어요?"

"모르는 소리 말어 이것아! 으... 치워."

오포장이 물수건을 이마 위에 올리려는 가희의 손을 거부하며 신음을 토했다. 그때 장표교가 방으로 들어왔다.

"아이고 뭔 일이십니까?"

"장포교, 큰일났다."

오포장이 몸을 일으켜 앉으며 말했다. 장포교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큰일이라뇨?"

"박대감이 죽으라는 지시를 내렸어. 임자들은 내 사람이니까 말하는거야."

"박종경 대감이요?"

"으 맞아. 풍고대감을 기찰하라는 거야."

"으헉!"

오포장의 말에 장포교와 가희가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풍고 김조순을 기찰하라는 말은 광화문 앞에서 임금을 욕하란 말과 같은 말이었기 때문이다.

"으 어찌해야되나? 웃음도 안나온다."

"웃음 안나오게 됐네요. 풍고대감을 어떻게 기찰을 합니까? 안하면 되는 거죠."

"그랬다간 박종경에게 먼저 죽는다. 박종경이 무섭나? 풍고가 무섭나? 으..."

"큰일이군요."

장포교는 오포장의 말을 금방 알아듣고 사색이 되었다. 강하고 호랑이 같은 자가 박종경이라면 부드러워면서도 저승사자와 비슷한 자가 김조순이었다. 진퇴양난이 따로 없었다. 김조순은 임금의 장인이자 조정 안의 최대 실력자였다. 아무리 박종경이 그에 맞설 수 있는 인물이라 해도 일개 포도청 아전이 그를 기찰한다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