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한번 강을 건너면 뒤돌아 오지 않는다 하던가. 남자는 울지 않는다는 말은 역수지강(逆水之江)에서 나온 말이다. 남자의 일대사에 칼을 한번 뽑았으면 무우 토막이나 호박이라도 베고 다시 칼집에 넣어야 한다는 말들은 모두 결심과 실행을 염두에 둔 말이다.

홍경래는 지난 10년간 거들떠 보지도 않던 식솔을 말했다. 식솔을 운산으로 모두 데려오려는 것은 동귀어진(同歸於盡)이었다. 성공이냐 모두 함께 죽느냐 하는 공표인 셈이었다.

"장군?"

"안 들리나? 나의 식솔을 모두 이곳으로 데려와라."

"이곳으로 말입니까?"

"맞다. 이곳이다."

"존명!"

"어서 다녀와."

홍경래가 춘대를 출발시키고 탁자 위에 있는 지도를 바라보았다. 서북지역과 황해도 경기도 한양이 그려진 지도였다. 지도 위에는 청천강과 대동강 그리고 한강이 그려져 있고 거사군의 진격로와 곳곳에서 막아설 관군의 거점이 장기알만한 나무토막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선아야?"

"네."

"너 춘대가 말대꾸하는 거 본 적 있더냐?"

"아뇨. 처음이네요."

"이유가 뭐라 보느냐?'

"이유요?"

"그래. 시키는 것만 하고 묻는 말에만 답하는 것이 춘대다. 그런데 그가 거급거듭 대꾸를 하지 않더냐?"

"네에....."

"그 이유가 뭐라 생각하니? 영리한 너는 알겠지?"

"장군님의 식솔을 이곳으로 데려오면 안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한 것이겟지요."

"왜?"

"그건....."

"하하, 맞다. 역시 너는 똑똑하구나. 그래 나도 내 식솔을 어디 먼곳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곳으로 보내어 행복하게 살게 해주고 싶다. 그러나 그건 꿈이고 이상일 뿐이란다."

"......?"

"그러나 선아야, 걱정마라. 이곳을 너와 나의 식솔이 행복하게 살아갈 무릉도원으로 만들 테니."

"네 장군, 저도 그리 믿어요."

"하하하, 그래 그리 믿거라. 나는 이곳에서 일만 군사를 발동시켜 단숨에 청청강을 넘어 한양을 들이치고 저 무도한 조정의 권신들을 몰아내고 승냥이 같은 지방 아전들을 쓸어내고 민국(民國)을 만들 테다."

홍경래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민국건설을 외쳤다. 민국은 영조가 입에 달고 살던 말이다. 영조는 백성들에게 천국은 밥이고 따뜻한 옷이 도(道)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