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은 금과 은을 캐내는 대신 군사훈련장으로 변해 있었다. 토착과 갱도를 파는 일은 형식(?)에 불과했고 사격과 진법훈련으로 영일이 없었다. 광부들에게는 이미 한달 노임이 선불로 주어졌고 큰 금맥이 발견되었다는 소문을 퍼트려 광산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는 핑곗거리를 들어 군사훈련을 시켰다.

"갱도 하나에서 큰 금맥이 발견되었소이다. 여러분들 노임은 일년은 걱정 안해도 될 것이오이다. 그러나 이 광산을 노린다는 명화적들이 있다는 소문이 있다는 거요. 하여 일부는 작업을 하고 일부는 명화적패의 습격을 막을 훈련을 해야 하는겁니다."

우군칙은 광원들을 모아놓고 정신교육을 시킨 후 조련에 나섰다. 우군칙 장봉사 홍총각 등 병법과 무예에 밝은 자들이 군관이 되어 부대를 나누고 조련을 시작하자 불과 수삼일 만에 운산광산에는 그럴듯한 군영(軍營)이 세워졌다.

"일선 정렬!"

"착."

"이선 정렬!"

"착."

우군칙의 명령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광부들은 이미 군대가 되어 있었다. 1선에 정렬한 부대는 조총과 활로 무장한 포수부대였고 2선은 단장창부대였다. 1선에서 조총과 활을 투사하고 뒤로 빠져 다시 사격선을 정렬하면 단장창 부대가 앞으로 돌진하여 적병들과 단병접전을 벌이는 보병전투의 기초훈련이 계속되고 있었다.

"일단 조련이 잘 되고 있군."

홍경래가 광산 조련장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장봉사에게 말했다. 옆에는 춘대와 선아가 따라와 있었다.

"장정들을 선별하여 품값까지 후하고 시원하니까 사기도 충천합니다."

"맞아. 명화적들을 대비한다는 명분도 그럴듯해."

"황해도 명화적이 준동한 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박천관아도 그 이유로 양해를 구했으니까요."

"하하 재미있군. 그리고 동지들에게도 통문을 돌려야지."

"통문을요?"

"각 동지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명을 기다리라고 말야."

홍경래는 통문발령을 지시했다. 서북 42관에 퍼져 있는 동지들에게 보내는 출동 명령인 셈이었다.

"장군 알겠습니다."

"가봐. 그리고 춘대?"

홍경래는 장봉사를 보내고 춘대를 불렀다.

"네 장군."

"너는 용천에 다녀와라."

"용천을요?"

"가서 식솔들을 모두 데려와."

홍경래가 물경 10년 만에 식솔을 말했다. 역수(逆水)를 하던 장부의 마지막 정리였다. 바야흐로 때는 무르익은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