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그리 간단치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오포장이 자세를 고쳐 앉으며 말했다. 박기풍이 웃음을 거두고 오포장을 불만족스럽게 바라보았다.

"간단치 않다니 임자는 포도군이 패하기라도 한다는 거야? 뭐야?"

"호호 그럴 리가요. 그건 아니고요."

"그럼 뭔가?"

"명화적들은 정규전을 모르지 않는지요. 아예 포도군을 보면 깊은 산중으로 숨어버릴 겁니다."

"숨어....?"

"황해도 산중은 깊습니다. 그런 산중으로 미친 듯 숨어버리면 불과 1사도 되지 않는 군대로 그들을 색출할 수 있을까요?"

오포장이 현실론을 말했다. 1사(師)는 최소한의 독립작전을 할 수 있는 조선군의 편제다. 기록에 나타나는 조선군의 편제와 병졸의 수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오랜 시간 수정 보완 그리고 혁파와 재사용 등의 과정으로 보인다. 정약용은 '경세유표"에 조선군의 편제를 기록하고 있다.

-기대(旗隊)를 나누는 방법이다. 10명을 1대(隊), 3대를 1기(旗), 3기를 1초(哨), 5초를 1사(師), 5사가 1영(營). 5영이 1군(軍)이다.

1대에는 10명의 병졸과 대장 1명 그리고 화병(火兵) 1명을 더해 12명이다.

"어디론가 숨어 나오지 않는다는 말인가?"

박기풍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병법에 난제 중 하나가 산중에 은거하고 나오지 않는 적을 상대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럴 겁니다. 해주병영과 감영에서 올라온 첩보를 보면 용화가 포도군과 정면전을 벌일 인사로는 보이지 않거든요."

"끄응. 그거 문제군. 농번기 전에 끝내라는 것이 조정의 명인데..."

"체탐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오포장이 말하는 체탐(體探)은 정보원을 적지로 보내어 첩보를 수집해 오는 작전을 말한다. 조선실록에는 일찍이 체탐자들이 나온다. 세종실록의 대여진 작전을 전개할 때 많은 체탐자들이 여진 땅으로 파견되었고 그들의 첩보는 사군과 육진을 개척한는 데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체탐자들을 훈련도감에서 충군을 해 가야겠군."

"그런데 영감?"

"더 할말이 있나?"

"호호 저는 홍가를 계속 추적하면 안될는지요?"

"안돼, 좌포청은 자네가 중심이야. 좌포청의 가장 큰 작전에 자네가 빠지면 되겠나? 홍가는 조금 더 연명을 하게 놔둬. 이제 그만 나가 출병준비를 하게."

오포장은 더이상 주장을하지 못하고 박기풍의 방을 물러나 나왔다. 좌포청의 가용병력으로만 구성된 토포군은 다음날 새벽을 타고 도성을 빠져나갔다. 오군영 악단의 군악도 별도의 거창한 발군식도 없는 조용하고 은밀한 기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