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옥의 힘은 막강했다. 임상옥은 조선 제일의 상단의 대행수이자 조선 제일의 부호였다. 임상옥이 박종경의 절대적 비호를 받으면서부터 조선에서 그를 견제할 세력은 없었다. 박종경은 김조순 다음의 실력자였다. 아니 표면적인 정치 파워는 오히려 김조순을 능가했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앞장서지 않는 김조순의 정치습성 탓이었다. 악행은 타인의 손을 빌리고 선행은 자신의 손으로 하는 것이 김조순이었다. 임상옥은 광통교의 기방에서 경강상인들을 만나고 있었다. 정승들만 출입하는 기방을 상인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사건(?)이다. 임상옥의 부의 힘은 그것이 가능했다. 조정의 정습급 대신치고 그의 돈을 받아쓰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 나를 보자고 한 이유가 뭡니까?"

임상옥이 상석에 앉아 경상의 인사들을 보고 물었다. 경상은 단일대오가 아니었다. 경상은 육의전 시전상인들과 서강의 함선상인들의 느슨한 조합인만큼 만상에 뒤지지 않는 자본을 갖고 있으면서도 정치경제적 파워는 뒤져 있었다. 자본의 집약과 상단운영의 결단에서 만상에 뒤진 것이다.

"홍삼무역을 독점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것이오. 임행수가 늘상 강조해온 것이 상도의 아닙니까?"

육의전 대행수 김류가 말했다. 김류는 정조시대 혜경궁 홍씨의 비호로 궁에 물건을 대면서 육의전의 도고가 된 사람이었다.

"허? 본인이 홍삼무역권을 딴 것과 상도의가 무슨 관계인지요?"

임상옥이 거만한 자세로 반문을했다.

"만상이 한양에 진출할 때 임행수의 단골 말이 그 말 아니셨소? 독점과 매점매석이 상도의를 망친다고요?"

김류가 입에 침을 튕기며 물었다.

"맞소이다."

"임행수 이건 명백히 독점이오이다."

"그럼요. 그렇고 말고요."

김류의 좌우에 앉아있던 상인들이 모두 입을 맞춘 듯 한마디씩했다.

"허, 독점이란 말은 오해십니다. 나는 독점을 할 생각이 없소이다."

임상옥이 가당치 않다는 듯 쏘아붙였다.

"호조에서 나온 물목을 전매한 게 어찌 독점이 아니란 말이오?"

김류가 거칠게 나왔다. 어룩에 핏대가 선연했다.

"호조에서 물목을 받아낸 것은 사실이나 만상이 그걸 혼자서 다 해먹겠소이까?"

"뭐라고요?"

"만상은 그것을 여러분들과 다시 나눌 것입니다. 경상, 송상, 래상 모두와 말입니다."

"... ...?"

임상옥이 술잔을 들어 입을 축이고 상인들의 얼굴을 일별했다. 순간 방안이 조용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