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은 당쟁의 나라였다. 당쟁은 당파의 정치라 할 수 있다. 영조시대의 유명한 말인 탕평정책은 이 당파정치에서 오는 폐해를 시정하고자 나온 골육책이었다. 탕평이란 말은 중종시절 조선 정치사에 정면으로 나온다.

(신들이 삼가 홍범(洪範) 을 고찰하건대 ‘임금이 극(極)을 세운다.’ 했는데, 극이란 것은 지극하다는 뜻이자 표준이라는 명칭입니다. 대범 임금이 대중 지정(大中至正)한 도리로 위에 표준이 되어 있으면서 사방을 바로잡아 가면 온갖 교화(敎化)와 온갖 일이 무위(無爲) 중에 저절로 행해져 노력하지 않고도 이루어지는 법이지만, 진실로 표준을 세우지 못하고서 한갓 구구하게 말단적인 일만 하면, 비록 세미한 절차 소소한 조목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신장(伸張)되지 못하고, 큰 강령과 기율이 따라서 풀려 비록 다스리려 해도 되지 않는 법입니다.

신들이 삼가 보건대, 전하께서 즉위하신 이래 마음을 맑히고 정무(政務)를 보실 때는 대체(大體)를 유지하기 힘쓰시어, 무릇 조치하는 일들을 반드시 황극(皇極)만을 본받아 광대하고 평이한 도리대로 하고 치우치거나 안정되지 못한 마음이 없으셨으니, 모두가 황극에 모이게 되고 모두가 황극에 돌아오게 되어야 할 것인데, 아직도 황극다운 다스림이 나타나지 않으니 신들은 그윽이 의혹됩니다.

임금의 한 몸은 비유하면 하늘과 같은 것이고, 임금의 총명은 비유하면 해와 달 같은 것입니다. 하늘에 있는 해와 달은 밝게 하려는 의욕을 두지 않기 때문에 비추지 않는 데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만일 세세하게 살피는 것을 총명으로 여겨 물건마다 살펴보려 한다면, 그 총명이 모자라는 데가 있어 도리어 총명 속에 어두운 데가 생김으로써 소소한 소득은 있지만 큰 것은 빠뜨리게 되어 총명한 이익을 볼 수 없게 됩니다. -중종실록)

윤여립은 중종에게 이렇게 말한다.

탕평이 '서경' '홍범' 황극에서 나온 말임은 이미 말한 바 있다. 황(皇)은 원래 정대(正大)란 의미로 대중지정(大中至正)을 말한다. 정치를 대정에 근본을 둔다는 이론으로 백성들과 신하들보다는 군주(君主)를 우선시하는 감이 있다.

군주는 만물의 아비이고 만백성의 어미인 탓에 사회일원의 오염된 세력들과 단교하고 편당, 질시, 오해, 반칙 등의 허접한 현상들을 없애기 위해 정직과 탕평의 정치로 정사에 몰두해서 요순시대의 이상정치를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탕평정치는 한마디로 왕도정치를 구현하는 방법으로 선조 중종 인조를 거치면서 계속 논의되어 온 방법이다. 조선의 정치는 곧잘 바둑에 비유된다. 정국=환국=파국 등이 모두 바둑에서 나온말이다.

영정조 시대에 강조된 탕평정치로 조선의 정치는 어느 정도 안정을 찾는다. 전 대왕들의 단골 정치 물갈이 방법이었던-사화를 통한 환국(판을 다시 짠다는 의미)은 무자비한 인위적인 물갈이로 많은 문제점을 야기했다. 한꺼번에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원시적 정치행위의 결과는 참혹했다.

영조의 탕평책은 이런 반성에서 나온 결과기도 했다. 조선의 붕당정치는 '주자'의 영향이 크다.주자는 정치는 군자(君子)들의 책임이라 했다. 군자들이 모여 군자당을 이룬 정치를 하면 능히 요순시대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군자당의 상대는 소인당일 수밖에 없다. 주자는그들 소인과는 상종할 수 없다 한다. 소인들은 군자의 친구가 못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유교의 허실이다.

유교는 이상시대는 언제나 과거에 있었다고 한다. 유토피아는 요순과 문왕의 시대라는 것이다.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과거로 복귀코자 했던 유교근본주의자들은 당파마저 군자당 소인당으로 나누어 아집과 고집으로 역사를 깎고 다듬고 어지럽힌 것이다.

유교는 복고주의다. 불교의 역사관은 파괴와 파괴의 연속 그리고 쇄신과 쇄신의 연속이라는 반복과 순환을 담아낸 회귀적 사관을 갖고 있다. 도교는 현재의 세계를 진리가 아닌 카오스(chaos)의 세계로 본다. 이 상태를 벗어난 소국과민(小國寡民)의 원시적 세계로 돌아가자고 한다. 유불선 삼교가 공히 지금보다는과거를 지향하는 것이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