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아는 구렛나루를 꺽고 연이어 두명의 상대를 더 이기고는 갑조의 상렬(上列)에 들어갔다. 여덟명이 남은 장원전에 들어간 것이다.
"허어 신동이다."
"과연 그말이 맞네. 더구나 여자아이 아닌가?"
관중들은 이구동성으로 선아의 선전을 칭찬했다. 선아는 단숨에 바둑대회의 주목의 대상이었다.
"수고했다. 가서 밥을 먹고 쉬자꾸나. 아까 그 인사는 오늘 일진이 좋구나."
홍경래는 선아의 손을 잡고 대회장을 나오며 말했다. 장원전은 다음날 속개되기로 되어 있었다.
"일진이 좋다뇨?"
"아, 니가 패했다면 그 인간 뼈를 추려 놓으려 했거든."
"뼈를요?"
"하하, 아니다 내가 별소리를 다하는 구나."
홍경래는 웃음을지으며 한주막을 찾아 음식을 시켰다. 장국밥이 금방 나왔다. 이미 커다란 솥에 장국이 펄펄 끓고 있었다.
"선아아 너 떨리지 않던?"
홍경래가 선아에게 수저를 들려주며 물었다. 그때 선아의 손에서 무엇인가가 떨어져 굴렀다.
"... ...?'
"어머?"
"바둑알 아니냐? 하하 너도 몹시 긴장했던 게구나. 자 먹자."
홍경래는 떨어진 바둑알을 주어 한쪽으로 던지고 수저를 들었다. 국물이 뜨겁고 메웠다. 그순간 주막안으로 두사람이 들어왔다. 이장오와 정운창이었다.
"아니?"
홍경래가 일어나 이장오에게 예를 가추었다. 전임 종2품관 무인에게 인사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 놀라지 마시게 자네와 말좀 석을까해서 왔다네. 노엽지는 않겠지?"
이장오가 서글서글하게 나왔다. 정운창에게 무슨 말인가를 듣고 같이 온 모양이었다.
"부르셔도 될일을 그려셨습니다."
"아닐쎄, 파장이니 요기도 해야할꺼 아닌가? 아 아이가 장원전에 올라온 아이군?"
이장오가 주모가 급하게 보아준 자리에 앉으며 선아를 보고 말했다. 홍경래는 선아에게 계속 밥을 먹으라는 신호을 하고 이장오의 자리로 옯겨 앉았다.
"정국수도 이리 앉지. 자네 말을 정국수에게 들었네. 서북에 협객있다 말은 내 일찌기 듣고 잇었지. "
이장오는 홍경래에게 먼저 술잔을 권했다. 격식을 따지지 않는 시원시원한 성격이었다.
"대감, 감사합니다."
"대감은 무슨... 끈 떨어진 뒤웅박인걸."
이장오가 정운창이 따라준 술잔을 단숨에 비우고 그에게 넘겼다. 뒤웅박이란 말은 당(黨)에서 도태된 조선 관원을 일컷는 속어다. 이자오는 노론당의 사라을 받던 무장이었으나 노론이 분파를 거듭하면서 배를 잘못탄후 관직에서 완전 배제된 신세였다.
조선의 관료들은 이런경우 두가지 길을 걸었다. 김재찬처럼 권토중래를 노리는 경우와 이장오같이 풍류를 즐기고 스스로 만들며 여생을 보내는 경우였다.
"대감은 노론당 아니신지요? 좋은날이 곧 오겠지요?"
홍경래가 거듭 내려오는 술잔을 받으며 덕담을 했다. 동서인의 붕다으로 발전하여 사색팔당(四色八黨)으로 전개해온 조선의 붕당정치는 순조시대에 와 일대 전환점을 맞는다.
.gif){kind=logo}
노털아제
당근돼지
노을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