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지역에는 곳곳에 광산이 개발되어 일확천금을 노리고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드는 엘도라도가 펼쳐지고 있었다. 김재찬은 고위관료 출신으로 조선의 민심 이반 현상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광산에 몰려든 사람들은 이미 조선의 백성들이 아니라고 보면 되네. 서북에서도 그들을 사람으로 취급을 하지 않을 게야? 안 그런가?"

"그렇기는 하지요. 외지인들이 갑자기 몰려와 산골짜기를 차지하고 난리를 치니 지역민들이 눈살을 찌뿌릴 수밖에요."

홍경래가 김재찬의 말에 동조를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박천 운산에만도 몇 곳에 광산이 개척되어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어 잘 알고 있었다. 조선후기 광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해 있었다. 그것은 금은동의 넘치는 수요와 가치에도 이유가 있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은이 아시아의 화폐 중의 화폐로 인식되는 아시아 단위의 경제 환경이 만들어진 탓에 은광산업이 자연스럽게 발전한 것이다.

조선은 초기에 광산업을 국가의 재산으로 인식하여 철저하게 사광업을 금지하다 영조시대에 와서 사광업을 허가했다. 점증하는 잠채(도둑광산)광산을 제도권으로 흡수하고 세수확보를 위한 조치였다. 광산은 물주, 혈주, 덕대, 임금노동자라는 하나의 물적 인적 시스템이 형성되어 조선의 또 하나의 치부(?)산업으로 떠오르게 된다. 광산업은 땅짚고 헤엄치는 사업이었다.

약간의 자본과 기술만 있으면 광산으로 무한대의 노동이 공급되었고 원래 금과 은이 많은 조선의 지리적 특성상 (1930년대 조선은 세계최고 금 생산국이기도 했다) 광산주들은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이곳에서 조선이 간과한 하나의 기운이 생겨나기에 이른다. 박지원은 '박천'에 설치되어 있던 성천(成川) 광산의 풍경을 이렇게 묘사한다.

남자들은 지고 여자들은 이고 가는 행렬이 곳곳마다 보인다. 모두 8-9세 되는 어린것들을 대동한 모양이 흉년 때의 유이민 같다. 내가 이상해서 물어본즉 성천에 있는 금광으로 간다고 한다. 살림살이라고 해야 나무바가지 하나, 포대자루, 그리고 끌 하나가 전부다.

끌은 파내는 것이고, 자루는 담는 것이며, 바가지는 흙을 일때 쓰는 것이다. 하루종일 일해 금은이 섞인 흙 한 포대만 담으면 며칠을 살 수 있다. 어린것들이 더 잘 파고 잘 인다고 한다. 눈이 좋은 탓이다. 내가 종일 일해서 얻은 금은이 얼마냐 물으니 재수에 따라 다른데 하루에 10점(粘) 또는 재수가 없으면 3-4점을 얻는다고 한다.

횡재수가 있다면 부자도 될 수 있다고 한다. 알갱이 모양이 어떠냐 물으니 대략 곡식알처럼 생겼다고 한다. 농사보다는 백배 나아 한 사람이 하루 3-4냥은 너끈히 벌 수 있다는 거다. 이러니 누가 농사를 지으려 하겠는가? 농사를 버리고 산곡으로 몰려든 백성이 10여 만이다. 부근에 쌀과 술이 몰려들고 떡전과 주막거리가 생기는 등 산골짜기가 도회지와 같다.

-연암집

"그들 속에 동조자들을 구하게. 의외로 용사들이 있을지 모르잖나?"

"용사들이라고요?"

"전쟁을 하려면 용사들이 필요하지. 선봉에 서서 창칼을 휘두를 용사 말일쎄?"

김재찬이 침을 튀기며 말했다. 그는 홍경래보다도 더 마음이 급했다. 창칼을 휘두른다는 말을 할 때는 자신도 손을 들어 허공을 휘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