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포장은 잔뜩 골이 난 가희를 달래고 김재찬의 정보를 물었다.

"김재찬이의 집사가 평양 안주를 무상으로 나다니고 또 그 지역 인사들이 여러 명 다녀가기도 했다네요."

가희가 입을 실쭉거리며 다모에게서 넘겨받은 정보를 풀어 놓았다.

"호호 그러니까 김대감이 아직도 평양정치를 하고 있다는 말이네..."

"그렇지요. 사소한 청탁거리 등은 아닌 듯하다네요."

"호호, 그렇겠지. 사소한 일이야 서찰 한 통이면 될 일일 테니까."

오포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김재찬이 벼슬자리에서 물러나 있기는 했으나 한때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요직을 두루 거쳤고 불과 수년 전에 평양감사에 앉아있던 자였다. 평양감사는 조선 관원들의 꿈의 자리였다. 조선의 관원들은 출사한 후 판서반열에 들면 꼭 한번 거치고 싶어한 곳이 평양감사였다. 그곳을 한번 거쳐오면 삼대가 먹고 살  재물을 마련할 수 있을 만큼 노른자위였다.

그런 탓에 평양감사로 나간다는 것은 국왕의 친위세력이거나 당대의 가장 강력한 당파의 비호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오늘부터 다시 그를 감시해야 하나요?"

가희가 물었다. 그들은 중부에있는 현방(懸房) 앞을 지나고 있었다. 현방은 푸줏간을 말한다. 한양 안에는 각부 별로 다섯 곳의 현방이 있었다. 한양 안에 25곳의 푸줏간이 있었던 셈이다. 정약용은 한양 안의 25곳의 푸줏간에서 한장(오일)동안 살처분되는 소가 천여 마리라고 하며 비판을 한 적이 있다. 잡아먹어 없애는 소가 많아 국력의 낭비가 심하다는 의미다.

"호호 저거 봐라?"

"뭘요?"

"호호 저 돼지머리 말이야. 어디서 본 듯하지 않니?"

오포장이 소리를 내어 깔깔거리며 말했다. 현방 안에는 쇠꼬챙이에 거꾸로 매달린 돼지머리가 하나 있었다.

"저게 누구를 닮았다는 거에요?"

"호호, 잘봐라. 포청안에 있잖아."

"아 육종사관? 그러네요. 아주 비슷해요."

까르르.

까르르.

오포장과 가희는 배꼽을 잡고 웃었다. 길 한복판에서 서로의 손바닥을 마주치며 호들갑을 떨 정도였다.

"오포장? 너 잘 만났다."

"호호... 엇?"

오포장과 가희는 등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육중한 사람을 보고 기겁을 했다. 마침 포청에서 형조로 향하던 육종관과 마주친 것이다.

"호호 나으리?"

"나으리? 니놈을 죽여도 시원찮을 판에 실실거려?"

육종사관이 곁을 따르던 포졸에게서 육모방망이를 빼앗아 오포장의 머리를 향해 날렸다. 순식간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