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은 요동을 치고 있나이다. 경내(京內)를 향한 서북인들의 불만은 조정의 권신들에게 집중되어 있나이다. 요언은 그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있고 지금도 보급되고 있으며 딱히 지목할 만한 인사들은 찾지 못했나이다.

서북은 이미 양산박의 면모가 여실했나이다. 거대하게 마른풀을 쌓아놓은 산과도 비슷했나이다. 누군가 불을 붙이기만 하면 큰 소동이 일어날 것은 분명합니다. 소동이 일어난다면 금년 추수가 끝나고서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연이어 흉년이 든다면 전국이 비상시국이 될 것이며 이때 서북이 선봉에 설 것입니다.)

"이게 기찰부장이 할말인가? 나는 서능보가 쓴 글인 줄 알았다니까?"

박종경이 아직도 못마땅한 듯 타박을 했다. 서능보는 작년에 서북에 암행어사로 나갔다가 파직을 당한 바 있었다.

파직의 이유가 가당찮다. 서북의 현실을 가감없이 보고하고 당시 평양감사였던 조득영(趙得永)을 직접 겨냥한 신랄한 비평이 문제였다.

(감사 조득영(趙得永)은 2년 동안 번신(藩臣)으로 있으면서 온갖 악행을 모두 모아서 밤낮으로 경영하는 것이 재화를 부정한 방법으로 얻고 여색(女色)을 탐하는 데에 벗어나지 않아서 온종일 행하는 바가 백성을 장학(戕虐)하여 인물을 해치지 않는 것이 없었습니다.

형신(刑訊)은 30도(度)를 지나침이 없어야 한다는 국전(國典)이 매우 엄중한데, 조금이나마 혹시라도 뜻에 거슬리면 반드시 5, 60도에 이르렀으며, 주뢰(周牢)는 단지 도적에게만 시행한다는 법의(法意)가 있는데, 매번 격노(激怒)할 때를 당하면 번번이 평민과 세향(世鄕)에게 미치니, 죄없이 하늘에 울부짖어 호소하는 소리를 차마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순행하여 모미(耗米)를 작전(作錢)케 해서는 시가(市價) 이외에 억지로 값을 높혀 받아들이어 전최(殿最)에서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 또한 보고한 값의 많고 적은 것에 견주니, 대소의 백성들 가운데 침을 뱉아 욕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작년에는 모곡(耗穀) 1천 3백여 석을 가분(加分)하고 모두 사사롭게 제 주머니에 돌렸으며, 칙고(勅庫)의 돈 4만 냥으로 돈놀이를 하여 이식을 취한 것이 죄다 사사롭게 제 주머니에 들어갔습니다. 성천(成川) 등 아홉 고을에 모두 금점(金店)을 설치하고 열화(烈火)같이 급히 색금(色金)을 바치기를 요구하여 혹독한 형장(刑杖)을 날마다 낭자하게 썼으며, 각 고을이 사민(士民) 가운데 조금이라도 재산이 있는 자는 체포해서 옥(獄)에 가두고 속전(贖錢)을 거두었는데, 미처 1년이 안되어 속전이 3만 냥이나 되었으니, 이는 전에 듣지 못하던 일입니다. - 순조실록 8년 9월 7일)

모미: 환곡의 다른말.
전최: 인사고과를 이르는 말.

서능보는 조득영을 만고의 탐관오리로 보고 죄목과 부정을 특정하여 보고를 올리고 있으나 결과는 조득영의 파면 대신 서능보 자신이 보직을 받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 박종경과 결탁이 되어 있고 김조순을 중심으로 한 노론의 일파인 조득영을 보호해야 한다는 노론의 공의가 모아진 탓이다.

박종경은 요언과 참언을 퍼트리는 몇몇 인사를 체포하여 효수를 함으로써 서북에 불고 있는 바람을 잠재우려는 생각을 했으나 오포장의 보고서는 그것과는 동떨어진 면이 있어 화가 났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