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의 발전과 시장 및 유통업의 발달은 활발한 화폐유통의 전개와 여러가지 장사 수법의 그늘이 생기게 마련이어서 18,9세기 조선 사회에는 사주전과 매점매석의 도고(都賈)가 등장, 골치아픈 사회문제가 된다. 육의전의 일부 제한과 금난전권의 혁파로 전국적으로 시전과 난전이 성행하면서 물건을 싸게 사들여 비싸게 되파는 도고가 성행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하나의 장사기법(?)로 인식되며 조선의 물가는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게 된다.

치솟는 물가의 앙등을 잡기 위해 조정은 매점매석을 일삼는 도고의 전횡을 시정하려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막대한 자금으로 조정의 권신들과 결탁하여 세력을 키우는 도고를 막는 데 한계가 있었다. 정조 15년 채제공은 도고의 폐단을 지적하며 포도청을 발동하여 물가를 잡자고 건의한다.

흉년을 구제하는 정책 12가지 중에 재물을 흩어 놓는 것이 첫째로 되어 있습니다. 지금 도고(都賈)의 무리들이 중간에서 도거리로 잡는 짓을 하여, 때를 기다렸다가 이익을 보려고 획책(劃策)하고 있으므로, 물가가 마구 뛰어 민생들이 폐해를 받게 됩니다. 마땅히 경조(京兆)와 평시서(平市署)로 하여금 검찰하여 신칙하게 해야 합니다. 
(荒政十二, 散財爲首。 今之都賈之輩, 中間都執, 以爲乘時射利之計, 物價騰踊, 民受其弊。 宜令京兆、平市撿飭 . 정조실록)

영의정 정존겸이 마구잡이로 폭등하는 물가대책을 한성부와 평시서로 하여 단속하게 하자고 말하자 채제공이 나서 그 방법으로는 안되고 포도청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조선시대에 사회의 기강을 잡는 유일한 기구가 포도청임을 알게 된다. 백성들이 국법을 무서워하지 않으면서도 포도청은 무서워한다는 것이다. 채제공은 포도청을 물가단속에 끌어들이면서 자칫 포도청과 도고상들의 결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비리를 염려하여 첩보, 적발을 포도청에 맡기고 처벌은 다른 방법으로 하자는 의견을 내놓는다. 정조시대의 명신 채제공의 진면모가 엿보이는 대목이자 포도청의 효능을 잘 표현한 대목이다.

우는 아이도 기찰포교 발소리에 그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조선의 포도청은 강하고 악랄했다. 80년대 보안사의 무소불위의 권능을 능가하는 법외적 존재가 포도청이었던 듯하다.

서북기찰에서 돌아온 오포장은 박종경에게 불려갔다. 장소는 광통교에잇는 기방이었고 그 자리엔 포도대장 박기풍이 배석했다.

"이게 그 용하다는 자네가 그려온 부적인가?"

박종경이 오포장이 올렸던 장계를 오포장 앞에 내던지며 소리를 쳤다.

"... ...?"

"이봐? 자네는 포장이야 포장, 무당이 아니라 이 말이야? 츄츄."

박종경이 혀를 차며 담뱃대를 찾았다. 박기풍이 방 한쪽에 있던 담뱃대를 집어 그에게 주었다.

"호호 장계가 마음에 안드시는지요?"

"호호? 그놈의 실실거리는 웃음 좀 그칠 수 없나? 에잉... 그만 나가봐."

박종경이 오포장을 질책하며 물러가란 소리를 했다. 영 재수없다는 표정이었다.

"영감, 고정하시고 차근차근 말을 들어보시지요?"

"끄응... 이봐?"

박종경이 마음을 돌려 오포장에게 다시 물었다.

"하문하시지요."

"서북에 소동이 있다는 것을 밝히라고 보냈더니 겨우 이 따위 처방전을 낸 연유가 뭐야? 어디 그 연유를 한번 말해보게?"

박종경이 자리를 고쳐 앉고 따지 듯 물었다. 오포장이 바싹 마른 입술을 혀로 한번 훔치고 답변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