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군대는 크게 경군과 향군으로 나눌수있다. 경군은 오위영으로 수도인 한양과 경기 황해도 일원을 위수지역으로 한 명실상부한 정예군으로 녹봉을 지급받는 직업군위주였다.  오위영은 훈련도감, 어영청, 수어청, 총융청, 금위영을 말한다. 금위영은 훈련별대와 청초군으로 특별 편제되어 있었다.

오위영은 각자의 위수지역이 있는데 남한산성의 수어청, 북한산성의 총융청 등이 그것이다. 이들 오위영 중 특히 중요시된 삼군(三軍)이 어영청 금위영 훈련도감으로 각기 한성 내외를 맡고 있었다. 어영청의 위수지역은 개성, 파주, 가평, 고양 등 한성의 북동쪽이었다. 각영은 병조판서를 도제조로 종2품관 대장, 병방(재정 책임)을 필두로 비장(정3품) 수명과 천총, 기패관, 권관등 백여명의 장교와 5천명 규모의 병편제로 되어 있었다.

정조는 이 오위영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장용영을 설치했었다. 오위영이 인조반정 이후 서인의 장신들이 계속 장악해온 탓으로 서인-노론=벽파의 당파의 영향력 하에 있다고 본 것이 이유였다.
조선군 창군 이래 가장 강력했던 부대 장용영은 정조 사후 1년 만에 혁파되어 오위영에 분산된다. 장용영이 해산되자 슬퍼한 것은 장용영뿐이었고 여타의 오군영은 쌍수를 들어 환영을 했다. 모든 병법은 같은 군대 안의 차별을 가장 하책임을 강조한다. 스스로 무너지는 군대는 질서가 없는 군대 그리고 부대안의 차별이다.

"장포교와는 언제 합류를 하죠?"

송도의 성문이 수백 보 바라보이는 곳에서 가희가 물었다. 장포교는 하루 전 발행을 했었다.

"이 달 보름날 정주관아에서 만나기로 했다. 해주와 서해지방을 돌아보고 합류를 할 거야. 가희야 주막에서 요기를 하고 가자."

오포장이 성 아래 마을에 있는 주막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모처럼 걸은 탓에 다리가 아픈 모양이었다.

"장국밥 시킬까요?"

"호호, 그래라. 탁배기도 한 병 시키고."

오포장은 가희에게 말을 한 후 주막 바깥에 있는 변소로 들어갔다. 토담으로 대충 쌓아 놓은 허름한 변소라 벽 틈으로 바깥이 훤히 바라다 보였다. 그때 포졸 두 명이 한 선비를 데리고 주막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한번 눈감아 주시게?"

"훈장님, 우리도 어쩔 수 없다니까요. 고변이 들어와 형방 지시가 떨어졌는데 어쩌란 말입니까?"

"이보게나,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나? 자네들도 생각을 해보게? 내가 글자를 조금 아는 선비로 동리 아이들 몇 명에게 글자를 가르친 것이 죄가 된단 말인가?"

"아이고 참, 훈장님, 나라법이 그런 걸 어쩌란 말입니까?"

선비는 시골 훈장인 모양이었다. 서당은 조선 8도 어디라도 있던 기초 교육기관이다. 다만 조정에서 직접 운영하는 것이 아닌 자발적인 기구인 탓에 규모와 조직적 체계 등과는 거리가 먼 것이기는 하다. 그런데 포졸들은 서당의 훈장을 잡아오며 나라법이라고 한다. 이 나라법이라는 것은 정조 7년과 14년 두 번에 걸쳐 나온 서북지역 서당금지법을 말한다. 정조 7년 10월에 있었던 '제도어사반거사목'에 평안도에 기승을 부리는 서당과 사당수를 줄이고 새로운 서당을 금지한다는 명을 정조는 내리고 있다. 이를 항의 하던 성균관 유생 네명이 유배를 가고 이에 동조했던 평안도 출신 유생 20명이 성균관에서 퇴출 당하는 일까지 일어난다.

정조는 평안도지역은 무인의 기질이 도도한 지역이라며 당시 평안도 지역으로 급속하게 번져나가던 서당의 철폐령을 내리고 연속으로 암행어사를 파견하여 관장들을 독려한다. 독자들은 머쓱할 것이다. 정부에서 지원하지도 않는 개인의 자발적 학풍을 막는 이 방침이 정말로 성군 정조의 정책이냐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앞에서 평안도지역의 과거 급제자들을 여타지역과 비교하며 서북차별이란 말은 다소 뜬금없는 말임을 주장했었다. 그러나 정조의 이 정책은 서북차별의 하나로 보인다.

학자들은 연구 중에 정조의 이런 돌출적인 정책이 나오면 국방을 걱정하는 성군 정조를 운운하며 덮기 바쁘다. 자신의 기분에 맞지 않는다 하여 서고에서 책을 꺼내 불을 지르고 즉흥적인 기분에 따라 한 지역의 학문의 기본적 욕구를 막는 정책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 

필자는 정조의 이런 고민 없고 즉흥적인 발상 등이 서북봉기의 이유 중의 하나였다 본다. 송도에서 서당 훈장이 포졸들에게 당하고 있는 것은 경기 황해도 일원까지 내려진 신설 서당 금지법 때문이다. 평안도에만 적용하기 곤란하니 주변에는 신설 서당을 금지한 것이다. 포졸들에게 곤혹을 치루는 선비도 그것을 어긴 때문이다.

"호호, 나리들 성문은 언제 여나요?"

오포장이 변소에서 나오며 포졸들에게 물었다. 포졸들은 이미 평상 한쪽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뭐라고요? 어디서 오는 길손들이오? 호패 좀 봅시다."

포졸 한명이 다짜고짜 기찰을 하겠다고 나섰다. 못보던 얼굴을 핑계로 술값과 밥값을 떠넘길 수작이다.

"호호, 밥 먹다가 먼 호패입니까요? 나리님들 식대는 내가 낼 테니 어서 드슈."

오포장이 가희 앞에 앉으며 인심을 썼다. 오포장의 웃음과 행동을 유심히 바라보며 주모가 재미있는 표정을 지었다.

"험험, 고맙수. 성문은 금방 열릴 거요. 어허 엉덩짝 한번 실하다."

포졸이 술상을 가져다 놓고 가는 주모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치며 말했다. 포졸의 옆에는 박달나무로 만든 각봉(各棒)과 오라가 놓여있었다. 각봉은 사람의 팔뚝 길이만한 크기의 몽둥이로 근접전에서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제압할 수 있는 탁월한 무기였다.

"호호, 나으리들 이곳은 좀 어떤지요?"

"뭐가 말이요?"

"해서승룡 서북용출…. 새로운 세상이 온다면서요?"

오포장은 장국밥을 한술 떠 입에 넣으며 물었다. 기찰의 첫걸음은 탐문(探問)이었다. 묻고 듣는 것 그것이 포도 기찰의 왕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