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효의 일기 '사화기략'과 김옥균의 일기 '갑신일록'을 잘 검토하다 보면 구한말을 살던 걸출한 두 사람의 내면을 접하게 된다. 이 소설의 형식이 맹목적인 영웅담이나 군담 소설류를 거부(?) 하고 논픽션에 근접한 역사의 팩트 노출에 주안점을 둔 이상 괴롭더라도 이장을  살펴보면 인간 김옥균의 면모에 조금은 접근했다 할 것이다.

대궐에 나아가서 명령을 받으니 상이 불러 보고 간절히 유시(諭示)하므로 은지(恩旨)에 감격하였다. 전권부관 겸 수신부사(全權副官兼修信副使)인 승지 김만식(金晩植)과 종사관인 주서(注書) 서광범(徐光範)이 일시에 대궐을 하직하고 신시(申時 오후 4시 전후)에 국서(國書)와 예폐(禮幣)를 받들고 숭례문(崇禮門)을 나섰다.

친구들이 모두 교외(郊外)에 나와서 송별하니, 나라를 떠나는 섭섭함을 금할 수가 없었다. 교리(校理) 김옥균(金玉均)도 이번 행역에 임금의 밀유(密諭 비밀히 내린 유지(諭旨))를 받들고 같이 일본 동경(東京)으로 가게 되어 속에 열기(熱氣)가 나서 얼음을 마시는 회포가 크게 위로되었다.

유각(酉刻 하오 6시)에 종행인(從行人)과 수행원 유혁로(柳赫魯)ㆍ박제형(朴齊炯)ㆍ이복환(李福煥)ㆍ김유정(金裕定)ㆍ변수(邊燧)ㆍ변석윤(邊錫胤)ㆍ김용현(金龍鉉)과, 종자(從者) 김봉균(金鳳均)ㆍ조한승(曹漢承)ㆍ박영준(朴永俊)이 일제히 길을 떠나서 해시(亥時)에 부평 석천(富平石川) 50리에 도착하여 친척 서상식(徐相寔)씨 댁을 방문하고 점심을 먹은 후 조금 쉬었다.

- 사화기략 8월1일자.

박영효는 임오군란과 갑신정변 기간 중 일본을 여러번 다녀왔다. 이 출장에도 서광범 변수 김제형 김옥균 등의 동지들이 끼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신단의 일원인 김옥균이 국왕의 밀명을 받은 것으로 기록한 것으로 보아 당시 김옥균과 군왕의 관계도 엿볼 수 있다.

이 기록에 보이는 김봉균은 박영효의 노비로 갑신정변 후 박영효를 도왔다는 죄로 참수당한 인물로 박영효가 사신단 출장길에도 대동할 정도로 신임을 했던 것도 알 수 있다. 박영효는 이 출장길에 후쿠자와유키치를 만나 그와 교제를 튼 후 매료된다. 후쿠자와는 처음에 김옥균보다는 박영효에게 더 관심이 많았다. 그것은 아마 박영효가 왕실의 일원이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후쿠자와는 말한다.

박공은 덕이있고 김공은 과격하고 재주가 넘친다. -동경신보

박영효는 일본 활동 중에 유대치를 통해 접한 개화에 대한 중요성과 시급성을 깨닫고 과단성과 적극성에서 앞서는 김옥균을 리더로 인정하기 시작한다. 후쿠자와는 박영효가  자신의 상품성(?)을 억누르고 김옥균을 조선 개화파의 얼굴로 내세운 이유로 본 듯하다. 후쿠자와는 다시 말한다.

이 두 사람은 조선의 인재다. 덕과 행을 잘 배운 사람들이다. -동경신보

덕과 행은 유교가 말하는 이상적 인간형을 말한다. 덕은 문(文)의 단초로 유교는 덕과 문을 동일체로 보기도 한다. 이 덕과 문을 움직이는 것이 바로 행(行)이다. 후쿠자와는 박영효와 김옥균을 통해서 동양적 유교의 이상적 인간상을 두 사람이 나눠갖고 있었다고 본 것이다. 후쿠자와가 판단한 박영효와 김옥균의 인물평가를 주목하면서 친구이자 동지로 그리고 원수보다 못한 갈등 관계로 파멸의 길로 들어서는 두 사람을 보면서 조선의 망국사를 끝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