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파는 김옥균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단결하고 있었다. 개화파의 단결은 상대적으로 민씩척족들의 힘이 강해질수록 나타난 반동이었다. 김옥균은 84년 9월 자신의 사랑방에 다섯 명의 인사들을 불러 모았다. 그들은 개화파의 핵심 중의 핵심들이었다. 그중에는 유대치나 홍영식이 빠져 있었다. 이유가 있었다. 그 두 사람은 무력의 동원과 관련이 없기 때문이었다.

박영효 -좌영대장.

서광범 -우영대장.

서재필 -사관생도장.

이창규 -해상공국좌사 두령(한양보부상)

이규완 -칼잡이 수십명과 다수의 일본 무사들의 리더.

역사는 갑신정변을 기술하며 삼일 천하로 끝난 원인을 김옥균 세력이 동원한 군사력의 열세를 꼽는다. 불과 수십 명으로 정변을 기도했다는  논지(論指)를  전개한 역사가들이 상당수로, 이 논지를 근거로 2차 상품인 드라마 소설 등을 창작하다보니 갑신정변의 실체가 굴절, 왜곡된 경우가 빈발한다. 다시 김옥균의 사랑방으로 가보자.

"동원할 수 있는 병사들이 삼천은 되겠습니다."

서광범이 전체적인 병력 상황을 점검해 보고는 말했다. 서광범은 정변의 참모장격이었다. 그는 정변 가담자들 중 군사전략통으로 이미 도성을 방어하는 한 부대의 책임자였다.

"삼천? 그 정도까지야?"

김옥균이 반문을 했다.

"좌영 우영군만해도 천오백, 그리고 전영과 후영에서도 상당수의 군사들이 가담을 할겁니다. 그리고 생도들과 양 장사들이 동원하는 장정 기백을 합치면 삼천은 너끈하지요."

서광범이 말한 양 장사(壯士)는 이규완과 이창규를 말한다.

"하하, 삼천 명의 기세라면 능히 한판의 바둑을 둘 수 있겠구료."

박영효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김옥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한판의 바둑요? 금릉위께선 이 순간에 바둑이 생각납니까?"

"하하하 어차피 세상은 한판 바둑 아닌지요? 고균은 고수시니 어떤 바둑이 될거로 보시는지요?"

박영효가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그의 목젖이 꿈틀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