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일본 근대바둑계 동향은 '다니오카이찌로'의 논문을 인용한 것이다. 다니오카이찌로는 일본 오사카상업대학 학장으로 경제학자면서 바둑에 관한 논문 여러 편을 발표한 마니아다. 이 논문은 얼마전 대구에서 있은 한 학회에서 발표된 것이다.

필자는 대구에서 그를 만나 경주 울진을 동행하며 시간을 보낸 바 있다. 바둑사란 하나의 공감을 놓고 국적이 다른 사람들이 신분(?)을 초월하여 모일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다니오카이찌로는 학회 참석에 아들을 대동하고 오는 부정(父精)을 보여 주위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필자는 그의 노고에 감사하며 일본 바둑계의 동향을 엿보는 기회도 얻었다.

세고에겐샤쿠로 대변되는 20세기초 일본 바둑계는 이방인 오청원을 비롯한 기타니미노루, 하시모토우타로, 이와모토카우로, 마에다노부아키 시대를 거쳐 사카다에이오, 다카가와가쿠, 후지사와호사이, 후지사와히데유키 등 추억의 프로기사들 시대로 접어든 것은 너무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어쨌든 김옥균의 칩거는 길어지고 있었다. 정동의 집에서 박영효와 한참 바둑에 몰입하고 있던 김옥균의 사랑채로 이규완이 헐레벌떡 찾아왔다.

"뭔가?"

"겸산이 당했습니다."

"겸산이 당하다니?"

"조금전 자객에게 당했답니다."

'뭐야? 자객에게? 범인은 누군가?"

김옥균과 박영효는 동시에 입을 열었다. 겸산은 '유동수'로 한양의 선비이자 부호로 개화당에 많은 도움을 주던 인물이었다.

"대범한 놈들입니다. 십여 명이 무리를 지어 거침없이 일을 저지른 모양입니다."

"끄응! 하긴 포도청이 있으나 마나니...가보자."

김옥균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 유동수의 집으로 향했다. 그의 뒤를 박영효와 이규완이 따랐다. 교동에 있는 유동수의 집은 아직 상례준비도 채비하지 못하고 있었다.

"안됩니다."

"비켜라. 백주에 살인도 막지 못하는 포도청이 엄금은 잘 지키는구나."

김옥균이 집안 출입을 막는 포도청 형리들을 밀치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수사 중인지라 아직 유동수의 시신도 수습되어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