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파는 양분되어 있었다. 김옥균을 중심으로 한 세력과 김홍집 이조년을 중심으로 한 세력이 대치를 하는 상태에서 김윤식이 또 한자리를 차지하고 버티는 향세로 분파하고 있었다. 이들을 범개화파라는 한 바구니에 담아내다 보니 사실의 역사와 기록의 역사가 혼동이 온다.

삼군부에서 김윤식을 만나고 온 김옥균은 화가 풀리지 않은 듯 노기를 띠며 한탄을 했다.

"금릉위, 이럴 수는 없소이다."

"참으시지요. 일이 이 지경이 된 걸 어찌합니까?"

박영효는 김옥균을 달랬다. 그는 항상 중립적인 사람이었다. 박영효는 김옥균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김홍집 김윤식 등과 모두 사이가 좋았다. 그것은 박영효의 성격 탓이었다. 박영효는 주변사람을 감싸안고 후덕으로 대하는 오지랍 넓은 사람이었다.

"어떻게 환재선생의 지음을 얻은 운양이 떼놈들을 끌어들여 조정을 망치고 나라를 어지럽힌단 말인지요?"

"군졸들의 행패가 자심했지 않습니까? 국모의 시신도 찾지 못할 정도로 조정이 엉망이니 운양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오."

"그렇다해도 떼놈들을 끌어들여야 하는지요?"

"그건 운양이 한 게 아니라잖소. 말이야 바른말이지 청나라가 운양의 말에 움직일 나라는 아니지요."

박영효가 김옥균의 흥분을 가라앉히며 차분하게 말했다.

"금릉위께서 전하를 한번 만나시지요?"

김옥균이 박영효에게 군왕 친견을 요구했다. 박영효는 군왕에게 문안을 이유로 친견을 청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었다.

"친견을 하면요?"

"청군을 하루빨리 철군을 시켜야 합니다. 저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김옥균은 청군의 주둔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김옥균은 태생적으로 청나라를 싫어했다. 청나라는 환관의 발호와 무능한 지도층의 부정과 부패로 골병이 든 나라였다. 김옥균의 눈으로 볼 때 청나라는 서양의 문명에 비해 너무도 초라하고 원시적인 나라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