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무슨 일이 어찌 돌아가는 건지?"

군왕은 비상한 시국 앞에 일국의 통치권자인 자신이 할일이 없다는 것이 절망스러웠다. 그리고 일목요연한 정보마저 없었다.

"그래 청국의 사정은 어떻더냐?"

군왕은 허욱의 말을 짐짓 물리치며 김윤식에게 질문을 했다.

"청국도 크게 요동치고 있었나이다. 이곳저곳 나라 전체가 무엇인가를 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나이다."

"청국도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려 분주한단 말이냐?"

"군함을 만들고 병기창을 만들어 서양식 무기를 생산하는 등 일본을 뒤따르려 애를 쓰는 듯햇나이다."

"오...우리만 더디구나. 우리만 소걸음인 게야."

군왕은 조선의 발전을 소걸음에 비유했다. 소걸음이라도 앞으로 전진한다면 발전이다. 그러나 조선의 당시 모습은 소걸음이 아니라 방향이 없는 게걸음이었다.

"보다 많은 인재를 청국과 일본에 보내어 그들을 배워야 하옵니다."

'맞다. 그리고 시시각각 변하는 그들의 정세를 알 수 있는 어떤 방도가 있었으면 좋겠구나."

군왕이 의외의 말을 했다. 김윤식은 간혹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군왕에 놀란 적이 있다고 했다. 군왕은 비상한 아이디어를 내고 실천한 적이 있다. 그것은 1902년 한양에 창설한 '제국익문사(帝國益聞社)'라는 정보기관의 설립이었다.

조선은 오백년 통치사에 공식적인 정보기구가 없던 사회다. '동창'이니 '조옥'이니 하는 정보기구를 운영하던 명청과는 다른 것이 조선이다. 조선의 28명의 군왕 중 공식적인 정보기구를 만들었던 군왕은 고종 바로 이 사람뿐이다.

제국익문사는 '나라안의 소문을 모으는 곳'이란 의미로 불과 10년전 실체가 알려져 일부 학자들만 아는 잘 알려지지 않은 비사다. 익문사는 총책인 총리 아래로 사무(司務) 사기(司記)  사신(司信) 등 3개 분장 직책을 두고 요원으로 상임통신원 16명, 보통통신원 15명, 특별통신원 21명, 외국통신원 9명 등 총 61명으로 출발한다. 이들의 활동지역은 한양과 제물포 원산 부산 등 항구지역과 동경 북경 대판 상해 러시아 등이었다.

익문사의 이름과 업무내용을 보면 통신사나 신문사의 조직 같으나 조금 더 파고들면 정보조직임이 확연하다. 오늘날에도 00공사나 xx기업사 등으로 대외명칭을 사용하는 국정원이나 국군기무사 등에서도 확인된다. 익문사 규정을 보면 정부고관들의 비탐(움직임) 활동, 한양주재 외국인들의 동향이나 간첩활동, 종교 각 기관의 반사회활동, 일본인들의 침략행위 등을 파악, 보고를 주임무로 한 것을 보면 익문사가 정보기구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