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식을 길잡이 삼아 한양으로 들어온 청나라 군은 용산에 진을 치고 반란군의 집압에 나섰다. 아니 진압이라고 할것도 없었다. 기세등등하던 양군영의 군졸들은 지레 겁을 집어 먹고 출근을 미루고 모두 집에 틀어박혀 바깥 나들이를 삼가는 지경이었다.

오경장은 궁으로 찾아가 조선 군왕을 대면하고 청군의 진입을 일리고 반란군을 토벌(?) 하겠다는 통고를 했다. 일방적인 것이었다. 사태가 이지경에 이르자 김윤식은 갑자기 정계의 중요한 인사로 떠오르게 된다. 오경장과 군왕의 연락책이자 중재자로 발탁된 것이다.

"군졸들은 진정이 되었느냐?"

군왕이 영선사를 마감한 김윤식의 보고를 받고 물었다.

"청군이 용산에 진을 친후 진정이 된듯 하옵니다."

"다행이구나. 니가 청군을 끌고 왔느냐?"

"아니옵니다. 전하 신 또한 천진에서 변고를 듣고 부랴 부랴 짐을 싸 되돌아온 것이옵니다."

"그래, 세상은 니가 오경장을 대동하고 온것이라 말한다. 그말이 사실이 아니냐?"

군왕은 김윤식을 바라보며 말했다. 곁에는 승지로 새로 보임받은 허욱이 앉아 있었다. 허욱은 대원군의 히으로 병방승지를 맡아 군왕을 압박하고 있었다. 승지는 대장격인 이방승지인 도승지를 비롯 육조를 맡은 여섯명의 승지가 있어 그들이 군왕의 정치 행정을 보필한다.

"전하, 오경장의 여정에 묻어 왔을뿐이옵니다. 군함을 빌려타고 온 죄밖에 없나이다."

"흠...  하긴 청나라가 한갓 영선사의 말을 듣고 군대를 움직일 일은 없겠지."

군왕은 입맛을 다시며 발등에 떨어진 외교문제와 함께 군사문제를 걱정했다. 그러나 그건 거정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전하, 딴 걱정은 대원위께 맡기시고 영선사일행을 위로하는 주연을 여시는것은 어떠신지요?"

허욱이 두 사람 사이를 끼어들며 '주연'을 말했다. 술자리나 각종 놀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군왕인지라 군왕의 얼굴에 금방 화색이 돌았다.

"위로연이라... 하긴 고생한 사람들이니 그것도 필요하겠지."

'전하? 시국이 비상하니 주연은 좀...."

김윤식이 주연은 피해야 한다는 말을 하려하자 허욱이 말을 짤랐다.

"어허?  시국이 어수선 할 수록  조정이 의연해야 하는것 아니요? 전하, 주연을 베푸셔 조정이 반석같다는 것을 만백성에 보이소서?"

허욱이 두눈을 부릅뜨고 군왕을 압박했다. 정치는 대원군에게 맡기고 군왕은 궂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라는 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