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사람이 한명 있다. 원세개(袁世凱)다. 원세개는 오경장의 감시역 및 참모로 따라와 '주찰총리교섭통산사'란 다소 긴 이름의 주재관으로 한양에 머물게 되는데 일종의 청나라에서 파견한 조선감시 및 정치 지도(?)역을 맡게 된다. 이 원세개가 조선정치에 끼친 역할은 한마디로 희극이다.

원세개는 이홍장의 신임을 받으며 무려 10년간 조선에 남아 온갖 횡포와 호사(?)를 누리는데 행패가 자심했다. 당시의 나이가 28세로 당하는 조선 고관들의 고통이 장난(?)이 아니었다. 김윤식은 원세개와 여러 판 바둑을 둔다. 정확하게 말하면 원세개와 둔 것이 아니라 원세개의 참모와 대국을 하고 원세개는 옆에서 지켜 본 것이다. 원세개의 모습이 웃긴다.

"하하 어떠냐? 나의 바둑이 이것이 대청나라의 바둑이니라?"

원세개는 바둑고수인 자신의 참모를 이기지 못하고 돌을 거두는 김윤식을 보고 꼭 자신이 이긴 것처럼 통쾌해 했다.

"다시 한판 어떠냐?"

원세개는 무조건 반말이었다. 청의 주재관은 황제를 대신한다는 이유로 원세개는 조선 군왕에게도 고개가 뻣뻣한 사람이었다.

"저는 그만..."

"아아, 사양 말고 한수 더 배워라. 이것도 다 정치 공부다."

원세개는 바둑돌을 거두려는 김윤식을 붙잡고 몇 판의 바둑을 더 두게 하고는 여전히 기분 좋아했다. 기력의 차이가 심해 맞상대가 안되는 데도 원세개는 한사코 맞바둑을 고집하며 반상에서 함몰하는 김윤식의 돌을 보고 즐겼다.

원세개는 이상성격이었다. 훗날 청국으로 돌아가 이홍장의 후임으로 황제 다음의 위치까지 오르게 되지만 조선에 와 있던 원세개는 한마디로 싸가지 없고 버릇없는 망나니였다.

"참, 대원군은 어떤 인물이냐?"

"무슨 말인지요?"

원세개는 갑자기 대원군을 김윤식에게 물었다. 그가 대원군에 대한 정보가 없어 묻는 것은 아니었다. 여러 건의 기록으로 보이는 대원군은 용모가 깨끗하고 성격은 호탕하며 직선적인 사람으로 나타난다. 친대원군이나 반대원군의 입장에서 기록된 잡다한 기록을 제외하고 미국인 헐버트(1863-1949)가 상대한 대원군의 모습이 객관적일 듯하다. 헐버트는 '자신이 본 조선'에서 이렇게 말한다.

- 대원군은 조선 정계의 최후의 실력자였다. 오만하고 쾌활했다.

헐버트가 본 대원군은 거침 없는 성격에 과감하고 때로는 무모하기까지 한 인물이다. 대원군은 임오군란은 물론 을미사변 때 민비를 살해한 일본의 작전에도 직접 참가했던  과격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이로 비추어 볼 때 헐버트의 기록은 믿음성이 있어 보인다.

같은 시대 선비 황현은 그의 국내정치를 “공연히 토목공사를 일으키고 사색당파를 두둔해 백성들에게 원한을 샀을 뿐”이라고 깎아내린다.
프랑스 선교사 한명은 대원군을 표독스럽게 묘사하기도 한다. “이 악독한 사람이 잠깐 사이에 만들어 내는 환란을 우리가 면할는지 나는 마음을 놓지 못하겠습니다.” 프랑스 선교사는 종교탄압에 대한 감정을 담아내고 있다. 프랑스 선교사의 눈에 비친 대원군은 다른 세상을 꿈꾼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동학교도와 천주교인을 죽인 독재자이자 일본과 중국이 양무운동과 명치유신을 단행해 서구문물을 배우고 익힐 때 우물 안 개구리로 시간을 허송한 시대착오적 정치가였다.

- 몸이 과히 크지 않고 파리하나 원기가 있으며, 그 눈은 항상 번득번득하여 보기에 무섭다.

또 다른 미국인 선교사는  대원군(사진)을  이렇게 묘사한다. 대원군의 스팩트럼은 흑색에서 백색까지 넓고 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