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비세력과 대원군세력의 정치적 격돌이었던 바로 그 시기에 임오군란을 지켜보며 소설로 이 사건을 재구성했던 일본사람이 있었다. 이 소설을 찾아내 소개한 사람은 문학평론가 권영민이다. 권영민은 메이지시대의 작가 기쿠치 산케이(1819-1891) 작(作)  한문 단편소설 '닭을 잡는 칼'(원제 '할계도')을 발굴 소개한 것이다.

이 작품은 1882년의 임오군란을 소재로 민비가 대원군에 의해 독살 당하는 장면으로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이 출간된 해는 1883년이니 임오군란 반발기에 쓰인 것으로 보인다.

- 대원 씨는 흐느껴 눈물을 흘리며 '이미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폭도들에게 옥체를 더럽히지 않도록 하소서'라고 말하고는 손으로 병 속에서 독약을 집어주며 왕비로 하여금 자결하도록 하였다. 왕비는 소리내어 울다가 왕세자비 민씨와 함께 독약을 받아먹었다. 그리고는 괴롭게 피를 토하고 벌레처럼 몸을 뒹굴다가 죽었으니 이때 세자비의 나이는 겨우 열한 살이었다. (중략) 조선인들은 그를 위해 모두 애통해하며 탄식하지 않은 자가 없었건만 대원 씨만은 자못 득의한 기색이 있었으니 그 기쁨의 정도를 알 만하구나.-

기쿠치가 말하는 대원 씨는 대원군을 말한다. 참으로 일본인다운 멘트다. 기쿠치는  임오군란 이후 일본이 이에 따른 배상금과 군대 배치를 "신속하게" 요구한 것이, 공자가 큰 것으로 하찮은 것을 제압한다는 뜻으로 한 표현인 "소 잡는 칼로 닭을 벤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다며 제목에 담긴 뜻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 조선을 비하하고 깔아뭉개는 내용이지만 행간 속에는 당시대의 민비와 대원군의 노골적인 갈등관계를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당시 주변인들의 눈에도 대원군은 민비를 미치도록 죽이고 싶었던 것이다.

쿠데타로 정군을 다시 잡은 대원군은 무위영과 장어영을 해산하고 즉각 오군영으로 재편한다. 군졸들은 이 조치를 환호대작했다. 그리고 통리기무아문을 폐지하고 3군부(三軍府)를 설치한다. 이 조치는 봉기한 군졸들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새로운 것을 버리고 다시 헌 것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구식군대들의 마음을 흡족케 한 것이다.

그것들 중 압권이 6월15일에 팔도에 긴급 하달된 미납세미(지방예비비)를 한양으로 긴급 공출하여 군졸들의 미지불된 급료를 지급한 것이다. 대원군의 이 조치는 한마디로 눈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적어도 국정의 책임 있는 자리에 앉은 사람이, 국가의 최소한의 운영자금에 손을 내어 선심부터 쓰고보는 식의 정치력으로는 난세를 극복할 수 없다.

"민진사는 어떤 세상을 원하시나요?"

"네에?"

"어떤 세상을 원하시냐 물었네요? 선비로서 꿈꾸는 세상이 있을 거 아닌가요?"

"선비는 진충보국......"

"호호 그런 맹자 왈 공자 왈은 말고요. 선비도 사람이고 사내니 한세상 꿈꾸는 세상이 있을 거 아닌가요? 기탄 없이 말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