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오군란(壬午軍亂)은 무위영과 장어영 양 군의 군졸들이 녹봉에 불만을 품고 일으킨 폭동이었다. 역사는 임오군란을 이렇게 평가한다. 그러나 임오군란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항상 역사를 강자의 입장에서 보아온 역사가들의 눈에 폭동으로 보인 임오군란은 민초라는 하층민들의 시각에서 보면 항거이자 혁명운동이다.

1882년 6월 9일 양 군영의 하사관급 무장들의 분노(?)심을 적절하게 조정한 허욱과 이주회 등 대원군 세력의 반동 쿠데타는 너무나 쉽게 성공을 한다. 오군영의 해체와 오군영의 마지막 모습인 양 군영이 들고 일어서자 궁(정권)을 보위하던 불과 수백 명의 별기군으로는 양 군영의 수천 명의 군졸과 이들에 동조하는 한양성민들의 벌떼 같은 항거를 막기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김영춘 김만태 등이 선봉을 선 양 군영의 군졸들이 43만 평의 궁궐을 순식간에 점거한다. 창경궁, 덕수궁으로 침범한 군졸들은 부용정, 애란청, 자경전 등 모든 전각을 장악하고 미친 듯 날뛰며 상궁 내시 등 수십 인을 살해하고 민비를 찾아 죽여버리겠다는 결단(?)을 내린다. 당금의 정권과는 한 하늘 아래서 살 수 없다는 결심을 표출한 것이다.

궁궐은 왕조의 법통이자 심장부다. 군왕사상에 죽고살던 시대에 대궐을 침범하고 군왕의 측근들인 내시와 궁녀들을 죽인 것은 반역이다. 군졸들은 왕비를 타킷으로 삼았다. 군왕 주변을 어지럽히는 난신을 척결하겠다는 것이 명분이었으나 사실은 뒷배를 봐주는 대원군의 정치적 행보를 닦아주려 민비와 그녀의 측근들을 모두 도륙하고자 한 것이다.

가장 먼저 목이 떨어진 사람은 민겸호였다. 그리고 민겸호의 손발이었던 경기감사 '김보현'은 아예 군왕의 앞에서 도륙이 난다. 이뿐이 아니다. 군졸들은 영의정이자 대원군의 친형이기도 한 '이최응'을 그의 집에서 죽여버린다. 이최응은 대원군의 독단에 반발하여 민비의 정치적 행보에 편승해 있었다. 민비에 붙어 있던 대원군의 친족은 이최응만이 아니다. 대원군의 장자이면서 군왕의 형인 이재면마저도 민비측에 빌붙어 벼슬 한자리를 하고 있었다.

이재면은 대원군으로부터 돼지새끼라는 직접적인 모욕을 받고도 희희낙락하던 못난 위인이다. 이런 이재면을 대원군은 임오군란 직후 군영의 대장으로 다시 임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것으로 보아 때로는 희희낙락한 성격이 중용(?)의 단초가 되기도 한다.

어쨌든 군란의 파장은 엄청났다. 현직 영의정을 살해하고 그 집을 분탕질한 군졸들은 민씨는 모조리 죽이고자 나섰다. 이 상황에서 민영준, 민창식, 민영소, 민영달 등 수십 인이 살해된다. 민씨척족의 울타리가 모두 허물어진 것이다. 12일, 13일 양일간은 민씨들에게는 지옥이었다. 이 반동의 역사의 장에서 민비와 민영익만이 가까스로 도성을 빠져나온다. 구사일생이 따로 있지 않다.

민비와 민영익의 생로는 적과 아군을 분명하게 대했던 그들의 평소의 행동과 관계가 있다. 민영익은 지인의 도움을 얻어 도성안의 한 허름한 집에서 서민으로 변장을 하고 숨어들었고 민비는 궁녀 한명의 도움으로 도성을 빠져나와 여주 이천 장호원 충주 등을 떠돌며 60일간의 행적을 남긴다. 이것이 민응식 가문에서 나온 임오일기(日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