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균은 두던 바둑을 그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김홍집을 찾았다. 김홍집은 옆 장막에서 다른 사람과 바둑을 한참 두고 있었다.

"고균?"

"바둑이 잘 되시는지요?"

김옥균이 그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개화파 인사들 중에서는 유대치가 고수랄 수 있었다. 김옥균은 유대치 다음이었고 김홍집은 약간의 치기(?)를 면한 바둑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바둑을 둘줄 아는 사람들은 안다. 바둑은 수에 관계없이 빠진다는 것을.

"하하, 오늘은 동지들이 단체로 봐주시나 연전연승올시다."

김홍집이 바둑판을 뚫어져라 응시하며 대답을 했다. 김옥균이 만면에 웃을을 지으며 말했다.

"김공, 우리는 하나 아닙니까?"

"우리가 하나라고요? 그렇고 말고요. 초록동색이지요."

"초록이 동색이라고요?"

"하하하, 안 그렇소이까? 세상을 넓게 보는 마음이 있으니 초록이고 문평(紋坪)을 취미로 하고 있으니 동색이 아닌지요?"

"김홍집이 농담을 하자 좌중이 모두 웃음을 지었다. 문평은 바둑의 또 다른 이름이다.

"하하하, 딴은 그렇군요."

김옥균과 김홍집은 개화라는 이념과 바둑이라는 취미를 공유한 사람이었다. 조선 선비들에게 바둑은 취미 이상의 그 무엇이었다. 바둑이 표기법부터 단순하지 않고 정리도 잘 되어 있지 않은 것은 지식인들이 바둑을 대하는 눈이 다양한 때문이다.

바둑은 한자의 표기부터 독자들을 혼동시킨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바둑은 '바둑 기(棋)'지만 또 다른 '바둑 기(碁)'가 빈번하게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두 자의 한자는 같은 글자다. 기록으로 나타나는 바둑은 '좌전'과 '박물지'다. 요임금이 단주를 가르쳤다는 내용이 박물지고 혁자거(奕子去)를 운운하는 내용이 좌전이다.

'바둑 혁'은 '클 혁(奕)'과도 통용된다. 혁기(奕碁) 등이 그것인데 '바둑 혁'이 '클 혁' '아름다울 혁' 등과 통용되는 이유는 '스물입 발'이 들어간 바둑 혁자와 클 혁의 비슷한 자형 탓인 듯하다. 필자는 은허문자들 속에서 바둑을 의미하는 위목(口木)'을 찾아 정식으로 전국신문을 통해 발표를 한 적도 있다. 허나 단 한마디의 반론이나 질문 한줄 없는 학계(?)의 반응에 쓴웃음이 나온다.

바둑은 정말로 어렵다. 바둑의 가장 기본적인 정의조차도 답이 없을 정도다. 동양의 놀이를 연구하여 세계에 소개한 '조셉 리덤' 같은 학자도 겨우 다음과 같은 정리를 하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