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

유대치가 벽에 대고 말하는 답답함을 느끼며 재촉을 했다. 그러나 이동인은 한가했다.

"하하, 너무 걱정마시지요. 나나 김공이나 소인배가 아니지 않습니까?"

이동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이규완과 이또우의 바둑판을 응시했다. 주변에는 십여 명이 둘러싸고 반상을 쏘아 보고 있었다. 이규완은 자신의 이름을 일본명으로 야사다(箋田郞)로 지을 정도로 친일적이었던 것은 순전히 바둑 때문이었다. 김옥균이나 박영효 등도 이와다슈사쿠(岩田周作)나 아먀자끼(山崎永春) 등의 일본 이름이 있었으니 탓할 일은 아니다.

이규완은 '가산의 난'에서 적몰했던 집안의 후손이다. 이규완의 할아버지가 '이희저'로 소위 홍경래난으로 불리던 1811년의 가산 사건의 주모자로 효수되었으나 당시 그의 아들이 열 살 미만인 덕에 죽음을 면하고 한성부 노비로 전락하여 이규완을 낳아 기적적으로 가문(?)을 이어온 케이스다.

이규완의 아버지는 이희저의 영향으로 어린 나이에 바둑을 배워 아들인 이규완에게 이어줄 수 있었다. 이규완은 남다른 기재로 어려서부터 양반 사대부의 눈에 띄어 별기군 생도를 거쳐 지금은 김옥균의 충복이자 한성 보부상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이었다.

"음...?"

이또우가 신음을 토했다. 예상외로 이규완이 고수였던 때문이다. 반상은 누가 유리한지 모를 정도로 혼미했다. 반상은 더이상 착수를 할 곳이 없을 정도로 흑백돌이 빼곡했다. 마지막 끝내기 한집을 위한 수없는 패싸움으로 두 사람 앞에는 사석이 수북했다.

"다 끝난 듯하오. 계가를 해봅시다."

"도무지 누가 이겼는지 모르겠군요."

계가를 가장 재촉하는 사람은 이주회였다. 그는 김옥균과의 약속대로 연회에 참석하여 당당하게 훈수(?)까지 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개화파 인사들은 딱히 제지하는 기색도 아니었다.

"종국?"

누군가 이주회를 거들고 나섰다. 이규완이 이또우의 얼굴을 바라보며 동의를 구했다. 대국 당사자들도 누가 이겼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듯했다.

"좋소."

"하이."

두 사람이 종국을 인정하고 반상을 정리했다. 반상은 사석으로 거의 메워졌고 장내의 시선은 뜨겁기 그지 없었다.

"아이쿠?"

"두 집인가?"

"한 집?"

승부는 이규완의 한집패였다. 덤이 없는 바둑으로 이규완이 흑을 잡은 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