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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의 진보，불확실성을 높이는 방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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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가 두는 바둑은 소위 자유치석제(自由置石制)라는 것으로 16세기 무렵 일본에서 성립되었다. 무엇이 그 성립을 가져왔을까?
필자는 문화사적 시각에서 그 설명을 찾은 적이 있다. 중국의 유교는 사전치석제(事前置石制)를,일본의 선(禪) 사상은 자유치석제를 선호했으리라고.
그러나 게임이론적 접근도 설득력 높은 설명을 준다. 게임의 논리에서 볼 때 자유치석제는 어떠한 종류의 사전치석제보다도 첫 착수(the 1st move)의 권력(power)을 최대한 높이는 규칙이다.
최대한의 권력을 가진 첫수에의 선택권을 가지면 게임의 불확실성을 최고로 높일 수 있다. 당연히 재미도 배가(倍加)되고. 내일이 불확실한 일본의 전국시대(戰國時代)가 그 시대적 무대가 된 것은 흥미로운 현상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는 자유치석제가 없었을까. 물론 그 시대에 자유치석제가 없었다고 단정할 순 없다. 남아있는 자료가 없고,17줄 여부도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한(漢)나라 때 17줄이었음은 망도(望都) 한나라 고분에서 출토된 17줄 바둑판과 몇몇 기록들로 분명하지만 그 이전은 아무도 모른다. 추론컨대 춘추시대에는 13줄 정도였지 않았을까. 전국시대는 불확실성을 높이기 위해서 15줄 또는 17줄을 준비해 두었을 것이고.
자유치석제 하에서 첫 착수는 대부분 기보의 흑1,즉 소목이었다.(기보는 1582년 초대 본인방 산샤가 백으로 둔 기보이다.) 소목은 화점에 비해 근거가 확실하고 발전성도 크게 뒤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불확실성을 높였지만 역시 대국자의 위험회피심리는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승부를 겨루면 위험회피심리가 찾아드는 것이 인간의 보편적 심리이다.
사실 권위에의 순종도 즐거움을 크게 앗아가지는 않는다. 그저 만족할 만한 수준에서 즐거움을 맛보는 규칙도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 단,이 경우 발전은 제한적이다. 관념의 모험이 없다면 진보 또한 없는 것이다. 사전치석제를 고집했던 중국의 바둑이 20세기 초에 와서 일본에 비해 2점 정도 뒤진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불확실성. 그것이야말로 진보의 기회를 안겨준다. 세상과의 불화(不和)로 불안을 겪는 천재들이 미래의 안목을 내놓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2004-02-05 문용직 프로5단 사이버오로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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