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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의 달，보길도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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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집으로 돌아왔다. 찾아보았다. 권병욱 국수(國手)와 둔 기보 하나. 흑1 이하가 가벼운 착상. 좌하귀 백 세력을 가볍게 지우고 흑7로 돌아서는 흐름이 시원하다. 65세 사초(史楚) 말년의 감각이 이 정도라니!
지난 토요일엔 경남 함양에 있었다. 국수전 도전 제2국 입회인(立會人)을 맡아 대국의 시작과 종료를 알리고 문제 발생시 결정을 내리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다행히 아무런 문제도 없이 대국이 끝났다.
문제라… 있는 것이 좋을까, 없는 것이 좋을까. 1928년 세꼬에 7단과 다까하야 3단의 대국처럼 만년패가 나타나 “백이 이겼으나 흑도 진 것은 아니다”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면 바둑의 폭을 넓히는 의미에서 좋을 것이나, 1998년 중국 공안 당국의 저지로 8수만 두고 무산된 조훈현 9단과 유창혁 9단의 백두산 대국이라면 없는 것이 좋겠다.
함양대국은 이미 잘 알려져 있으니, 굳이 여기서 묘사하지 않아도 되리라. 그래도 하나만 할까. 대국 직후의 복기에서, 정말이지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이창호 국수와 도전자 최철한 6단은 30분 동안 말 한 마디 없이 그림을 그리고는 지우고, 지우고는 그렸다. 옆에서 보는 것도 고통이다. 뜻을 짐작할 수 있는 필자도 그런 맘이 드는데, 하물며 아마추어들이야 말해 무엇하랴! 함양의 애기가들은 정말 대단한 구경을 했다.
그 대국은 함양 개평리에 있는 구한말의 국수(國手) 사초(史楚) 노근영(盧近泳 1875-1945)의 생가(生家)가 문화재로 지정된 것을 기념해 함양군이 초대한 것이었다. 그런데 말이다. 대국 전날 대국자와 필자 등 관계자는 개평마을에 다녀왔는데, 글쎄 말이다, 아무런 감동이 전해오지 않는 것이었다. 그것 참! 필자도 바둑꾼인데 뭔가 뜻이라도 일어나야 되지 않는가 말이다.
눈이 많이 내린 그 날, 자리에서 뒤척이다가 보름이 막 지난 밤의 함양읍을 걷고 걸었다. 눈길 골목은 실로 오랜 만이었고, 하얀 눈과 검은 하늘은 끝없이 내려왔다. 떠오르는 건, 지난 해 2월 전남 보길도 예송리 해변 민박 집 한두 송이 소박한 매화를 이고 있던 그 보름달. 함양의 달은 정말이지, 한두 송이만 피어있던 그 달과 너무나 닮았었다.
(2004-02-12 문용직 프로5단 사이버오로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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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ss1234 |
｜ 2004-02-16 오후 11:47: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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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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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해남 땅끝 해변을 걷고 있던 시인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도무지 시상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그는 밤새 술만 마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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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가 지금 대단한 시를 쓰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이 듭니다 함양의 눈길을 걸으며 뜻이 일어나지 않는 느낌이 알 것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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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항상 거기에 있지만 뜻은 우리네 마음에 있기에 잠시 탈혼한 것이 아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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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초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