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기 KT배 왕위전 도전5번기 1국이 5월 25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벌어진다. 1995년 유창혁 9단의 왕위 5연패를 저지한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왕위성을 빼앗기지 않았던 이창호 9단은 이번 방어전에서 최고의 도전자를 맞이하게 된다. 11년 넘게 어느 누구도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던 왕위성에 당당히 성문을 두들기는 이는 공교롭게도 국수 윤준상 6단이다.
국수전의 여파가 왕위전에도 미칠 것인가?
이창호 9단에겐 윤준상 6단의 도전이 껄끄럽다. 지난 3월에 막을 내린 제51기 국수전 도전기에서 타이틀 보유자였던 이창호 9단은 윤준상 6단에게 3:1의 스코어로 국수위를 내주었다. 바둑 내용도 1국과 2국에서 그답지 않은 어이없는 착각으로 모두 역전패를 당했었다. 3국에선 역으로 불리한 바둑을 뒤집었지만 4국에선 어떻게 해볼 도리 없이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국수전 도전기가 시작되기 전만 해도 바둑가의 전망은 이랬다.
‘윤준상이 이국수에게 얼마나 버틸 것인가?’
이창호 9단이 연달아 두 판을 내주고 3국을 승리하자 ‘이국수가 3:2로 역전하겠지’라 믿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그동안 이창호 9단의 대역전극을 수없이 많이 봐왔던 우리이기에 자연스런 생각이었을지 모른다.
그랬던 그가 끝내 국수위를 넘겨주자 팬들은 새로운 강자의 탄생보다 변함없을 것 같았던 절대강자의 추락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 국수 타이틀을 뺏기면서 국내타이틀이 고작(?) 두 개로 줄어들었고 요 근래의 무참한 성적은 그가 무관까지 가지 않을까하는 추측마저 낳게 하고 있다.
거칠 것 없는 윤준상
국수 타이틀을 획득한 이후 윤준상 6단의 행마는 거칠 것이 없다. 한 번의 돌파구를 뚫자 그동안 꽁꽁 감추고 있었던 내공을 마음껏 분출하듯 그 파괴력은 대단하다. 윤준상 6단이 국수 타이틀을 딴 이후의 성적은 16승 4패. 그동안 LG배 세계기왕전 본선에도 올랐고 왕위전 도전권과 국내 최대규모인 한국바둑리그도 3연승의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국수전을 우승한 이후 ‘다음 도전기 때 누구랑 만나고 싶은가?’란 기자의 질문에 서슴없이 이창호 9단과 다시 만나고 싶다던 윤준상 6단이 이젠 이창호 9단이 다시 찾아오기 전부터 그의 심장부이자 마지막 자존심인 왕위성에 먼저 찾아들었다.
최악의 컨디션에서 방어하게 된 왕위전
국수를 잃으면서 이창호 9단의 국내 타이틀은 모두 두 개다. 하나는 왕위전이고 또 하나는 전자랜드배. 왕위전이 도전권제인 반면 전자랜드배가 선수권제인 것을 감안할 때 전자랜드배는 이창호 9단이 다시 타이틀을 차지하기가 더 어려운 입장이다. 현재 전자랜드배는 8강에 올라있지만 다음 상대로 최철한 9단을 만날 가능성이 많아 우승까지 가는 길이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다.
바둑뉴스에 정통한 팬들이라면 요즘 이창호 9단의 부진이 꽤 오래간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연초 삼성화재배를 시작으로 각종 기전에서 연달아 패점을 안고 있는 모습은 팬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이전 4인방(조훈현, 서봉수, 유창혁) 시절에 비4인방 기사에게는 어쩌다가 한두 번 질까? 무적을 달려왔던 그가 여러 후배들에게 번번이 패하는 것은 너무 생소하기만 하다.
건강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여러 언론에 알려진 바대로 이창호 9단은 건강에 적신호를 보이고 있다. 농심신라면배에서 콩지에 7단과의 대국이 끝나고 몰려오는 피로감에 인터뷰도 하지 못한 것이나 KBS바둑왕전 대국이 끝나고 잠시나마 정신을 잃은 것 등 그의 부진이 건강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하는 예상마저 낳게 한다.
배팅동 전망
바둑팬들은 이번 왕위전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사이버오로 배팅동에 현재까지 집계된 데이터는 박빙의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이창호 9단이 1.9배, 윤준상 6단은 2.0배의 배당률로 윤준상 6단이 0.1배 앞서있다. 바둑팬들 역시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고 보는 것. 여러 모로 봤을 때 11년 동안 지켜온 이창호 9단의 자존심과 젊은 도전자의 거칠 것 없는 패기는 바둑팬들에게 흥미진진한 볼거리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현지분위기
현지분위기는 국수전 도전3국이 벌어졌던 무한 대국과 상황이 비슷하다. 청두 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가 터져 나왔고 그들의 관심은 오직 이창호 9단이었다.
현지 신문도 이창호 9단과 윤준상 6단의 왕위전 청두 대국을 상세히 전하고 있다. 대국 당일날에는 청두 지역 언론사와 방송사 등의 열띤 취재 경쟁이 예고돼 있으며 쓰촨성 관계자들의 대대적인 환영행사도 준비돼 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중국 언론들의 취재 포커스가 이창호 9단 쪽으로 많이 휩쓸려있다는 것. 중국 어디를 가나 이창호 9단의 유명세가 대단하다는 것은 익히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윤준상 6단에겐 또 한 번의 어웨이 경기를 펼쳐야 하는 고단한 상황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사이버오로는 25일 한국시간 11시부터 도전1국을 한종진 7단의 해설로 생중계 한다. 생중계와 함께 실시간으로 상세한 문자 속보와 영상 뉴스도 전할 예정이다.
중앙일보사에서 주최하고 KT가 후원하는 왕위전은 각 2시간 1분 초읽기 5회이며 우승상금은 4천8백만원, 준우승상금은 2천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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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 것 없는 윤준상
김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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