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위 12연패!

무너질 것만 같았던 위기감 속에도 왕위만은 끝내 지켜낸 이창호 9단. 대국이 끝나고 윤준상 6단과 오랫동안 복기를 나누며 승부의 진한 뒷내음을 달래던 이창호 9단에겐 어느 때보다도 승리의 기쁨이 진하게 느껴져 왔다. 한국기원 특별대국실에서 이창호 9단을 만나보았다.

-승리를 축하한다. 그냥 승리가 아니라 왕위 12연패를 결정짓는 승리인데 소감을 안 들어 볼 수가 없다.

요즘 하도 지기만 해서 또 준우승할 줄 알았는데 운 좋게 이긴 것 같다(웃음). 

-만약에 왕위 방어에 실패했다면 18년 만에 무관으로 떨어질 뻔 했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나? 부담감은 없었는지?

의식은 하고 있었다. 대국 시작 전에는 약간의 부담감도 있었지만 막상 대국에 들어가니 별다른 생각은 없었다.

-얼마 전 전자랜드배에서 대역전패를 당했다. 좋은 바둑을 막판에 놓치는 경우가 예전보다 많아졌는데 그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나이 때문인지, 아니면 건강 문제에 있는 건지?

나이는 아직 어리고(웃음)…. 몸이 조금 안 좋은 것만은 사실이다. 진료중에 있고 조금씩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으니 큰 걱정은 안하셔도 될 것 같다. 후배들이 워낙 세서 잘 지는 것뿐이다.

-많은 대국을 소화하고 있다. 스케줄 관리가 힘들 정도로 빡빡한 나날의 연속인데 팬들 중 일부분은 이창호 9단이 모든 기전을 다 참가하지 말고 일부분만 나가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을 보이기도 한다. 잠시 휴식기간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도 해보는가?
글쎄…. 요즘 들어서 그런 생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조금 부담스럽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괜찮다.

-이창호 9단의 왕위 12연패 기록은 스승 조훈현 9단의 패왕 16연패 다음으로 국내 2위의 기록이다. 5번 더 우승하면 그 기록을 깨뜨린다. 기록에 대한 욕심은 없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