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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특집/2012년을 빛낸 묘수 10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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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특집/2012년을 빛낸 묘수 10 (上)
대마 살상의 필살기에서 끝내기의 반집 묘수까지
| 오로IN 2013-02-09 오후 09:40 [프린트｜스크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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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엔 바둑대회가 많았다. 프로·아마를 막론하고 ‘리그’가 늘었고 세계대회는 격년제인 춘란배와 4년마다 돌아오는 응씨배까지 치러지는 등 바둑 풍년이었다. 전 세계의 별처럼 빛나는 기사들이 기량을 겨뤘고 묘수(妙手), 기수(奇手), 귀수(鬼手)가 넘쳐났다.
바둑팬들에게는 만족스러운 한해였을 것이다. 사이버오로는 우리 설을 맞이하면서 지난 2012년을 기억하게 할 묘수 10개를 선정해 上편과 下편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사이버오로에서 촌철살인의 해설로 ‘집중조명’을 집필해온 키르아 7단★이 해설을 맡았다.
2012년을 빛낸 묘수 10 (上)
▲ 제17기 GS칼텍스배 프로기전 준결승전에서 만났던 랭킹1위 이세돌(왼쪽)과 2위 박정환.
<묘수1>
젊은 추격자 박정환과 지존 이세돌이 제17기 GS칼텍스배 프로기전 준결승전에서 격돌했다. 한국랭킹 2위와 1위의 자존심도 걸린 한판이었다.
박정환의 파상공세에 이세돌은 노련한 타개로 맞섰다. 수차례 공격 실패를 맛 보던 박정환은 우변에서 회심의 마늘모로 이세돌의 대마를 강타했다. 천하의 이세돌이라도 꼼짝할 수 없을 것 같던 순간, 이세돌은 준비해 두었던 카드를 꺼내는데…
제17기 GS칼텍스배 준결승
●박정환 9단○이세돌 9단
장소: 바둑TV스튜디오
날짜: 2012년 4월 18일
결과: 236수 백불계승
▼ 묘수1(촉촉수)
박정환의 마늘모(흑1)는 강력해 보였다. 이세돌의 웬만한 반격 수단을 막는다. 그때 등장한 이세돌의 백2가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박정환의 흑3과 흑5는 쓰라린 퇴각. 백6까지, 이세돌은 붙임의 묘수로 우변 흑을 통째로 잡아서 우세를 확립했다.
▼ 묘수1-1(촉촉수)
자, 그럼 이세돌의 붙임은 왜 묘수였을까 하나씩 살펴보자. 지금처럼 백2로 단수쳐서 흑을 잡으러 가면 3, 5의 촉촉수로 말미암아 거꾸로 다 잡히게 된다.
▼ 묘수1-2(백 불리)
이번엔 백2로 잇는 응수. 흑은 3으로 젖히며, 백이 4, 6으로 따내는 데까지 필연이다. 이후 일사천리로 수순이 진행되어 흑15까지의 결과가 되는데 이것 빅 형태. 백이 불리하다.
▼ 묘수1-3(묘수의 효과)
만약 백2에 흑3을 받는다면 백은 비로소 백4로 흑을 잡으러 간다. 아까와 달리 촉촉수의 반격이 성립되지 않는다. 백2가 절묘한 지점에 놓여 있다.
▼ 묘수1-4(실전진행)
이후의 실전진행이다. 백12까지, 이세돌은 우변을 제압했고 하변 형태도 정리해서 우세하다. 이세돌은 여기서 승리한 후 결승에 올라 박영훈 9단과 대결해 우승까지 차지한다. 이세돌의 재치를 엿볼 수 있는 한판이었다.
▲ 쿵제도 한때는 1인자였다. 이창호와 맞주쳤다.
<묘수2>
과거엔 이창호 9단이 반집승을 거두면 모두가 ‘계산서’대로 된 줄로 생각했을 정도로 이창호는 정확한 끝내기의 화신이었다.
이젠 박영훈 9단, 나현 2단, 이동훈 초단 등 끝내기가 센 후배들을 그의 계보를 잇고 있고 요즘 신예들은 웬만하면 수준급의 끝내기 솜씨를 지녀서 이창호 끝내기의 위력이 묻힌 감이 있지만 그럼에도 ‘이창호의 끝내기는 여전히 최고’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4년 만에 열리는 바둑올림픽 응씨배. 이창호는 4회 때 우승을 차지한 바 있었다. 7회 응씨배 16강전에서 만난 쿵제는 중국랭킹 1위에 올라본 그리고 세계 정상을 밟아 본 강적이었다. 그와의 대국에서 이창호는 과거를 연상케하는 뛰어난 마이크로 플레이를 연출해 관객들을 환호케 했다.
이번 묘수는 중반에 나타난 이창호의 날카로운 감각에서 나온 것이다.
제7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16강
●이창호9단 ○쿵제9단
장소:
날짜: 2012년 5월 25일
결과: 295수 흑반집승
▼ 묘수2
좌상의 흑이 패를 해소하는 동안 백이 우변에 터를 잡아서 백이 우세한 국면.
좌상은 이창호(흑)가 패를 해소한 형태. 쿵제는 패를 해소케 해준 대가로 우변에 터를 잡았다. 쿵제가 좋은 형세다. 이창호의 분발이 필요한 상황이 됐는데 이 때 이창호의 묘수(흑1, 3)가 폭발한다.
▼ 묘수2-1(흑 별무신통)
흑이 알기 쉽게 처리한다고 1, 3으로 끼워 이으면 백은 알기 쉽게 2, 4로 좌하를 취한다. 흑5로 찌르는 것은 백6으로 물러서서 백2점을 버리므로 아무것도 아니다.
▼ 묘수2-2(흑 대득)
흑1에 얼핏 백2로 막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흑3의 끼움이 흑1로 연관된 호착. 이후 흑7로 두들겨 백8으로 잇게 하는 형태가 짜릿하다. 이하 흑9, 11을 거쳐 13에 잇는 데까지 흑의 성공이다. 앞 참고도와 큰 차이다.
▼ 묘수2-3(백 최선)
쿵제로서도 백2로 꽉 잇는 것이 그나마 최선이었다. 그러면 흑은 3∙5로 틀만 갖춰놓고 7로 달려 백8까지의 진행이 예상된다. a 자리에 패 맛이 고스란히 있으므로 흑이 좋은 결과인 것은 확실하다.
▼ 묘수2-4(통렬한 흑1.3)
이후 실전이다. 흑1∙3이 백 진을 유린하고 이하 흑17까지 진행되었다. 좌하귀에 생긴 흑 집은 아주 컸다. 이 바둑은 후반에도 요동치지만 결국 이창호가 반집 이겼다.
▲ 제7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준결승3번기에서 박정환 9단(오른쪽)이 이창호 9단과 마주 앉았다.
<묘수3>
‘이세돌 더하기 이창호’라는 영예로운 말을 듣는 박정환. 이세돌 9단과 비슷하다고 하기엔 좀 더 안전하게 두고, 이창호 9단과 비슷하다고 하기엔 좀 더 과감하다.
박정환은 제7회 응씨배 준결승(3번기)에서 이창호와 맞닥뜨린다. 이창호는 대회가 개막될 때 인터뷰 석상에서 “이번 대회 우승은 박정환 9단이 할 것”이라는 ‘예언’을 남겼다. 그런데 그 말을 한 이창호가 승리를 거듭해 박정환과 만나게 됐다.
준결승 1국에서 박정환은 뛰어난 사활 능력을 보여주었다.
제7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준결승3번기 제1국
●박정환 9단 ○이창호 9단
장소: 중국 쓰촨성 청두 칭청호텔 특별대국실
날짜: 2012년 9월 23일
결과: 187수 흑불계승
▼ 묘수3
이창호는 불리한 가운데서도 상변 백을 끈적끈적한 형태로 만들어 놓고 상변에서 중앙으로 뻗은 흑 대마를 공격하고 있다. 박정환으로서는 왼쪽 백을 추궁해 뭔가를 해내지 못하면 다 잡힌다. 위기의 순간. 그러나 대형 묘수풀이라는 건 여간 까다로운 존재가 아니다.
평소 사활집을 옆구리에 끼고 사는 박정환은 이 대목에서 사활의 묘수를 보여준다. 정교한 수읽기로 찾아낸 흑1, 3, 5가 정확한 수순이었다. 사활이 승부가 되는 상황에서 한 줄기 빛을 찾아냈다.
▼ 묘수3-1(흑 죽음)
흑1, 3까지 두고 나서 흑5로 두는 실수를 하기 쉽다. 하지만 백6으로 잇는 것부터 백18에 이르기까지 흑이 자충이 되어 다 잡히게 된다.
▼ 묘수3-2(백의 응수①)
이번엔 백의 응수를 달리해 본다. 흑3 때 4로 받으면 이하 흑13까지 백이 다 잡힌다.
▼ 묘수4-3(백의 응수②)
그러므로 흑1부터 4까지는 서로 최강이다. 이때 흑5가 정밀한 수였다. 백이 6으로 받는다면 흑7~흑15까지 넘는 수가 성립해 백을 모두 잡는다. 참고로, 흑11이 좋은 타이밍이다.
▼ 묘수3-4(실전진행)
실전에서 이창호는 궁리 끝에 나름 가장 까다로운 응수를 한다 그것이 백6. 결국 백28까지 한수늘어진 패가 났지만 백은 팻감이 부족하다. 29를 본 이창호가 돌을 거둔다.
▼ 묘수3-5(이창호9단의 아쉬움)
참고로, 지금과 같은 형태가 생기기 훨씬 이전에 이창호가 백1~흑4의 교환을 해 두었다면 오히려 박정환이 곤란한 국면이었을 것이다. 이하 백19까지와 같이 진행된다고 하면 흑은 a의 약점 때문에 견디기 어렵다.
▼ 묘수3-6(실전진행)
실전엔 백1, 3을 교환해 두었는데 악수였다. 백29까지 흑이 선수로 백을 차단하게 되어 결국 흑30, 32, 34와 같은 묘수가 등장했다. 이 승리로 박정환은 3번기로 진행되는 응씨배 준결승3번기에서 유리한 고지에 섰다.
<묘수4>
다시 제7회 응씨배 준결승전. 2국에서도 놀라운 수가 나왔다. 바둑은 중반까지 아주 팽팽했는데 한번 우지끈 뚝딱 부닥치더니 끝나버렸다. 그 승부처에 박정환의 묘수가 있었다.
제7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준결승3번기 제2국
●이창호 9단 ○박정환 9단
장소: 중국 쓰촨성 청두 칭청호텔
날짜: 2012년 9월 25일
결과: 220수 백불계승
▼ 묘수4
커지고 있던 이창호의 우변. 박정환은 여기를 깨지 않고는 승부를 장담할 수 없었다. 백1∙3으로 응수타진하면서 우변 잠식을 모색했다. 이윽고 떨어진 흑6. 이창호의 고압적인 공격. 평범한 응수로는 박정환의 대마가 위험한데 여기서 백7이 쿵 떨어진다.
▼ 묘수4-1(백 무책)
백1~4까지는 누구나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박정환이 아주 곤란해진다는 사실. 알기 쉽게 사는 방책이 안 보인다.
▼ 묘수4-2(흑 우세)
모양에 밝은 사람이라면 백1을 밀어 흑2와 교환한 뒤 백3으로 뛰는 수를 강구해볼 것이다. 그러면 흑도 미생이므로 4, 6으로 살아야 한다. 이하 흑16까지 각생하는 흐름인데 이렇게 되면 흑이 우세하다. 곧 이창호의 주문이다.
▼ 묘수4-3(백 우세)
미는 것을 생략한 채 바로 백1로 뛴 것이 박정환의 천재성을 보여주는 묘수였다. 흑이 재빨리 2로 젖혀서 살자고 하면 이하 6까지를 결정한 후 백7∙9로 나와 끊는다. 이하 13까지, 흑은 우변이 너무 많이 부서져서 견디기 어렵다.
▼ 묘수4-4(실전진행)
실전에서 이창호는 ‘울며 겨자먹기’로 흑2, 4에 두어 백 두점을 삼켰는데 박정환은 우변 흑5점을 삼키고 살아버렸다(15까지의 수순). 이로써 흑이 국세를 장악하게 됐다. 이로써 박정환은 종합전적 2-0을 만들며 결승에 진출하게 됐다.
▲ 초상부동산배 한중바둑단체대항전 선발 결승전이 벌어지던 2012년의 본선대국실. 앞줄 오른쪽에 김지석 7단이 수읽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묘수5>
현재 상위랭킹의 기사들이 ‘태극마크’를 놓고 겨루는 여러 세계기전의 선발전은 비공식대국이다. 비공식대국은 랭킹에 반영되지 않는다. 그러나 프로기사들은 선발전에 나서면 더욱 혼신의 힘을 다하며 굉장히 민감해져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국가를 대표한다는 것에 프로기사들은 큰 의미를 부여한다.
선발전에서 나온 묘수를 소개한다.
제2회 초상부동산배 한중바둑단체대항전 선발 결승
●김지석8단 ○박영훈9단
장소: 한국기원 본선대국실
날짜: 2012년 1월 31일
결과: 268수 흑반집승
▼ 묘수5
소개할 묘수는 흑1의 찝음이다. 양쪽의 수비를 겸하는 호착. 이것으로 김지석은 초반을 우세하게 이끌게 된다.
▼ 묘수5-1(백 별무신통)
이전까지 백의 착수를 살펴본다. 앞 그림의 중앙 마늘모 대신 지금의 백1로 뻗는다면 흑도 쉽다. 그냥 2, 4로 우변의 백을 잡으면 된다 백5엔 6으로 물러서므로 걱정없다. 이하 8까지.
▼ 묘수5-2(백 의도)
실전에서 백은 1에 두었다. 귀와 중앙을 동시에 노린다. 흑은 걸려든 것처럼 보인다. 예컨대 흑2로 보강하면 이제 백은 3으로 기어 나온다. 이하 11까지 관통의 형태를 얻은 백이 우세해진다.
▼ 묘수5-3(묘수의 효과)
흑1이 맞보기를 넘어서는 묘수였다. 흑1에 백2로 받으면 비로소 흑3으로 따낸다. 백4엔 흑5로 물러서고 백6으로 계속해서 찔러오면 흑7, 백8의 교환 뒤 흑9가 안성맞춤이다. 이로써 흑은 중앙 봉쇄 성공! 애초 흑1의 효과로 흑은 단수가 가능해진 것을 알 수 있다.
▼ 묘수5-4(실전진행)
실전에서 흑3을 본 백은 4로 빵따냄을 했는데, 흑5가 보강 겸 공격. 이하 백18까지 백은 양쪽을 수습하느라 바쁘다. 이 모든 것은 흑1의 묘수가 백의 움직임을 묶어 놓았기 때문이다.
김지석은 우변을 선수로 틀어막고 우상귀(19)를 선점해 우세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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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tience |
｜ 2013-02-12 오후 7:41:00 [동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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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저는 바둑판이 2선에서 짤릴까요? 우측1선이 보이지 않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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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수겁 |
｜ 2013-02-10 오후 4:46:00 [동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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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분석기사네요. 하편이 기다려집니다. 중국이나 일본의 묘수도 망라해주시면 더욱 좋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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