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국물가정보배는 조훈현 9단의 내제자인 이창호 9단과 조훈현 9단이 이창호 9단이외에 또 하나의 내제자를 삼고 싶어했던 김지석 5단(89년생)의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한국물가정보배 결승전을 앞두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창호 9단의 우세를 예견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스타 탄생을 은근히 기대했다. 이는 두 사람의 역대 상대전적 4전 4패로 이창호 9단의 우세 기록이 뒷받침된 근거 있는 예측이었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과거는 과거로만 국한될 뿐이었다.
결승1국에서 냉정한 형세판단과 뛰어난 마무리 솜씨를 뽐낸 김지석 5단은 2국에서도 단 한 번의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신산의 추격을 뿌리친다. 많은 이들의 예상을 빗겨간 2-0의 스코어에 김지석 5단 자신도 놀랐다는 듯이 복기 내내 굳은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김지석 5단은 어렸을 때부터 ‘신동’소리를 들어왔다. ‘제2의 이창호’ 라고 불릴 만큼 기력이 출중했던 그는 2003년 14세의 나이에 입단해 2009년 한국물가정보배 우승으로 입단 6년 만에 생애 첫 타이틀을 획득한다. 그것도 세계 최정상급인 ‘이창호 9단’을 상대로 이룬 업적이라 더욱 놀랍기만 하다.
요즘 유도를 하면서 체력을 키우고 있다는 김지석 5단은 금년 7월 랭킹에서 처음으로 10위권 내에 진입하면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난 해 37승 24패를 기록했던 김지석 5단은 금년 47승 8패(승률85%)의 경이적인 성적을 기록하며 2009년 최고의 신인으로 급부상했다.
평소 계가도 잘 안 되고 종반끝내기가 많이 약하다고 자평하는 김지석 5단은 다행히 최근 끝내기 실력이 조금 나아진 것 같다며 겸손해 한다.
이번 한국물가정보배 우승은 그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생애 첫 타이틀을 이창호 9단을 상대로 완봉승을 거두면서 그의 자신감은 수직 상승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그에 대한 평가와 기대가 남달랐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의 이번 우승은 단지 출발에 불과하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제 막 이창호 9단의 벽을 넘기는 했지만 그 넘어 ‘이세돌’ 이라는 벽이 있고 또 국내를 벗어나서는 구리 9단, 창하오 9단, 장쉬 9단의 벽을 넘어야 한다. 산넘어 산이다.
특히 그의 동갑내기 동료기사인 강동윤 9단의 벽도 꼭 넘어야 할 과제이다. 강동윤 9단은 이미 세계대회 선수권자이며 전자랜드배 결승전에서 이창호 9단을 상대로 그의 벽을 넘었고, 박카스배 천워전 결승전에서 세계최강으로 불리는 이세돌 9단의 벽을 넘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아직 갈 길이 멀고도 험하다.
이에 대해서 그는 “나이는 동갑이지만 동윤이는 이미 내 수준을 뛰어넘었다. 동윤이의 실력은 말할 필요가 없다. 성적도 나보다 훨씬 좋지 않은가.”라고 말한다. 하지만 언젠가 뛰어 넘어야 할 경쟁 상대라는 것을 그도 알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권갑용 도장 출신이다. 그들의 스승인 권갑용 7단은 “강동윤은 수읽기가 빠르고 중앙전을 구사하면서 집을 확보하는 스타일이다. 반면 김지석이는 수읽기와 전투에 강하며 이창호 스타일과 반대로 깊은 수읽기와 변칙적인 형태의 바둑을 두어 국면을 어지럽고 복잡하게 만들어 상대로 하여금 어렵게 마들어 상대를 무너뜨리는 스타일이다. 나는 이들에게 어릴 적부터 라이벌 의식을 심어주었다. 서로의 장점을 보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지금은 외형적으로 강동윤이가 약간 앞서 있지만 결국 두 사람은 정상에서 만날 것이며 영원한 라이벌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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