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는 중국랭킹 1위인 구리 9단이 창하오 9단을 2-0으로 물리치고 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응씨배와 삼성화재배를 석권하며 최근 물오른 솜씨를 과시하던 창하오 9단은 아쉽게도 구리 9단에게 막혀 세계대회 세 번째 우승을 다음 기회로 돌리게 됐다.
이번 춘란배까지 총 7번의 준우승을 한 창하오 9단. 재미있게도 이번 춘란배가 끝나고 창하오 9단과 춘란배의 악연(?)이 재조명되고 있어 그 속사정을 소개해본다.
창하오 9단은 총 6번의 춘란배에서 매회 본선무대를 밟아왔다. 이번 대회 결승 진출은 그가 거둬왔던 춘란배 최고 성적이다. 그동안 8강, 4강 문턱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던 창하오 9단에겐 무슨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재미있는 공식이 성립됐다. 그 공식은 다름아닌 ‘창하오를 이기면 춘란배를 우승한다!’라는 것이다.
창하오 9단의 이런 기쁨조(?) 공식이 성립된 배경은 1회 대회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8강전에서 유창혁 9단을 천신만고 끝에 반집으로 누르고 4강에 진출한 창하오 9단은 4강전에서 조훈현 9단에게 패하고 말았다. 조훈현 9단은 기세를 몰아 결승전에서 이창호 9단을 꺾고 초대 춘란배를 거머쥐었다.
2회 때는 중국기사 5명이 8강에 올랐는데 창하오 9단은 8강전에서 왕리청 9단에게 패해 또다시 춘란배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왕리청 9단 역시 창하오 9단을 이긴 후 파죽지세로 결승까지 승승장구하며 마샤오춘 9단 마저 2:1로 꺾고 2회 춘란배 주인공이 된다.
3회 대회부터 창하오 9단의 기쁨조 공식은 기정사실화 되는 듯 했다. 2회전에서 유창혁 9단에게 지고 말았는데 유창혁 9단은 신들린듯한 춤사위로 콩지에, 왕레이 등 중국에서 날고 기는 강자들을 모조리 꺾고 결승에 오른다. 결승전에서는 왕리청 9단에게 첫 판을 내 주었으나 연거푸 2,3국을 이기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창하오 9단을 이기면 춘란배 우승을 차지한다는 공식은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4회 대회에서 창하오 9단은 당찬 임전소감을 밝힌다.
“이전에 나를 이긴 사람들이 모두 춘란배 우승을 차지했는데 이번에는 내가 춘란배를 가져가겠다.”
자신감의 발로였을까. 8강전에서 일본의 뜨는 별 장쉬 7단(당시)를 가볍게 보낸다. 준결승전에서는 천하의 이창호 9단을 만나 최대 난관에 부닥친다. 대국은 중반까지 잘 치고 빠졌으나 결국 후반 무렵에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어 이창호 9단은 예상된 시나리오처럼 결승전에서 하네나오키 9단을 2:0으로 보내며 춘란배 우승컵을 가져갔다. 또다시 창하오 9단의 춘란배 공식은 100% 정확했다.
2003년 창하오 9단은 프로생애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1년 사이에 모든 타이틀을 잃었다. 중국 언론들은 그의 슬럼프 기간이 길어지겠다 싶었으나 2003년 말 벌어진 춘란배 본선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 발을 들여놓는다. 16강전에서 난적 조훈현 9단을 꺾고 8강전에 올랐으나 기쁨도 잠시, 2004년 6월 벌어진 8강전에서 창하오 9단은 지난대회에 이어 또다시 이창호 9단을 만나 완패했다. 승리한 이창호 9단은 어김없이 창하오 9단의 공식을 지키기 위해 후야오위 8단, 저우허양 9단을 쓰러뜨리며 또 한번 춘란배 우승컵을 차지했다.
‘불명예 공식을 이번에는 기필코 떨쳐버리겠다’
그동안 자신을 이겼던 기사들의 우승에 많이 아파했을 그가 이번 춘란배에서는 유키사토시 9단, 후야오위 8단, 펑첸 7단을 꺾고 드디어 결승에 오른다. 결승전 상대는 구리 9단. 대륙의 최정상으로 군림하고 있었던 두 사람이 의외로 국내외 모든 대회를 통틀어 처음 맞붙는 대결이었다.
그러나 알다시피 창하오 9단은 구리 9단에게 0:2로 참패를 당하며 결국 이번에도 그의 불행한 공식은 깨지지 않았다 .
창하오 9단은 총 9차례 세계대회 결승에 진출해 2번의 우승과 7번의 준우승을 했다. 이번 춘란배 준우승으로 마샤오춘 9단의 6회를 제치고 유창혁 9단과 함께 최다 준우승을 보유하는 영광의 상처(?)를 기록한 셈. 하지만 유창혁 9단은 6차례나 세계대회 우승을 기록해 그나마 창하오 9단보다는 서럽지 않을 것이다.
창하오 9단은 최상의 컨디션을 보이다가도 곧 슬럼프로 빠지는 과정을 반복해 왔다. 2005년 응씨배을 우승하고 2006년에는 강원랜드배에서 4연승을 거뒀지만 한동안 침체기에 빠졌다. 금년 초 이창호 9단을 꺾고 삼성화재배 우승과 춘란배 준우승을 차지해 다시 한 번 부활의 날개를 활짝 펼친 창하오 9단. 바둑팬들에게 항상 오뚜기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창하오 9단이 앞으로 어떤 행마를 펼칠 것인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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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는 중국랭킹 1위인 구리 9단이 창하오 9단을 2-0으로 물리치고 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응씨배와 삼성화재배를 석권하며 최근 물오른 솜씨를 과시하던 창하오 9단은 아쉽게도 구리 9단에게 막혀 세계대회 세 번째 우승을 다음 기회로 돌리게 됐다. 
창하오 9단을 이기면 춘란배 우승을 차지한다는 공식은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4회 대회에서 창하오 9단은 당찬 임전소감을 밝힌다. 
‘불명예 공식을 이번에는 기필코 떨쳐버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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