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성진 9단이 더 강인해졌다. 초반은 불리했고 중반은 어지러웠지만 후반 천야오예 9단의 빈틈을 찾아 불계승을 거두며 제6회 응씨배 본선2회전에 진출했다.
4년마다 열리는 '바둑 올림픽' 응씨배.
한국은 6명으로 구성된 정예의 부대를 보냈다. 치열했던 1회전. 그 중 원성진9단의 2회전 진출기를 소개한다. 상대는 천야오예 9단.
원성진 9단은 아슬아슬한 곡예를 했지만 결국 승리했다. 삼성화재배 우승컵을 들어올린 기세를 이어 응씨배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여줄 것 같다.
제6기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본선1회전
● 원성진 9단(한국) ○ 천야오예 9단(중국)
장소: 대만 타이베이
날짜: 2012년 5월 23일
결과: 247수 흑불계승
장면1(재회한 두 기사)
천야오예 9단과는 지난 삼성화재배 준결승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인 바 있다. 응씨배 본선1회전에서 다시 만났다.
백이 상변에 1, 3으로 터를 잡자 흑이 하변을 삭감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축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했다. 따라가 보자.
참고도1-1(축을 둘러싼 공방)
백이 두점머리를 젖혀왔을때 마음 같아서는 흑1로 끊어 혼을 내주고 싶지만 백2로 끊기면 축이 성립하지 않아 곤란하다. 실전에서 흑은 a의 곳에 두었다. 하변을 지키면서 축을 방비한다.
참고도1-2(간명한 수법)
실전은 흑1에 지키고 백2로 뻗는 진행이 되었다. 이후 실전에선 흑이 a자리로 깊게 들어가면서 백의 역습타를 맞아 난전이 되었다.
지금처럼 3자리에 두어 축을 방비하고 a, b를 맞보기로 노렸다면 간명했다.
좌하의 ▲는 a 자리에 백이 온다 해도 준동하는 맛이 있다.
참고도1-3(흑의 강수!)
조금 더 진행된 장면. 1~4까지 진행되고 흑이 5로 붙였다. 실전에서 백은 7 자리에 두었다. 만약 지금처럼 백6으로 차단해 다 잡으러 가면 35까지 진행되어 백이 한 수 차로 잡힌다.
참고도1-4(흑 성립)
흑1 때 백2로 받아도 흑은 싸울 수 있다. 흑은 이후 3, 5으로 둔다.
참고도1-5(타협의 결과)
백은 2로 타협하는 정도이다. 그러면 흑7까지 진행이 예상된다. 실전과 달리 중앙을 관통당하지 않으므로 이 그림이 나았다.
차후 좌변 ▲의 맛을 노리는 바둑이 될 것이다.
장면2(전판으로 번지는 전투)
좌하변에서 시작된 전투는 여전히 이어져 우변으로 번지고 있다. 백1로 삭감하면서 흑에게 어떻게 받겠느냐고 물어보았는데 흑이 손을 빼면서 다시 몸싸움이 벌어졌다.
서로 어렵지만 백이 조금 우세한 흐름이다. 원성진 9단은 어떻게 대응했을까.
참고도2-1(흑이 간명하게 둔다면)
실전에 흑이 두점머리를 젖히는 최강수를 두었는데 지금 흑1로 늘어서 둘 수도 있었다.
백이 2로 늘어둔다면 흑3으로 우변을 차지하게 된다.
정리가 안 된 부분이 많지만 우변 백과 좌변 흑이 어떻게 정리되느냐가 승부가 된다.
참고도2-2(백, 타협을 외치다!)
실전에는 a의 곳을 끊어서 백이 타협을 했는데 최강으로 반발하자면 1로 타고 나가는 수가 있다.
흑이 4로 이어서 백을 가두게 되는데 천야오예 9단은 이 그림이 만만치 않다고 판단하고 타협을 선택했다.
참고도2-3(빗나간 공격)
실전은 a의 곳으로 공격을 했는데 조그마한 실리를 벌어들이는데 그쳐서 아쉬운 결말.
△ 자리들이 급소처럼 보인다. 살펴보자.
참고도2-4(묵직한 급소)
실전은 백이 탄력있는 형태를 갖추며 타개에 성공했다.
1의 꼬부림은 급소다. 지금처럼 진행되면 나중에 a로 먹여쳐 파호하는 수단이 남으므로 흑이 좋다.
참고도2-5(백의 타협책)
백이 1로 두어 바꿔치기를 하는게 정수. 넉점이 죽지만 선수를 뽑아 좌변을 둘 수 있다.
장면3(흑 좌변을 깨고 살다)
흑이 우변에서 실리를 번 것이 실수. 전체를 공략했어야 하는데 한점을 먹은 것은 작았다.
백이 좌변을 둘 기회가 있었는데 그것을 놓침으로써 바둑이 어려워지게 되었다.
실전은 흑이 좌변을 다 깨고 살아서 미세한 국면이 되었다. 원성진 9단으로선 천만다행.
참고도3-1(좌변을 지키는 한 수)
실전에 우변을 a의 곳으로 지켜 두었는데 안 두어도 탄력이 있어 죽을 돌은 아니다.
좌변에 1로 단수 쳐서 지켜 두었다면 백이 우세한 국면. 백으로선 이것을 놓친 것인 통탄할 일이다.
흑도 다 집으로 내주면 지기 때문에 2로 움직인다. 백이 먼저 두었기 때문에 그만큼 유리해보인다.
참고도3-2(흑 실수하다)
흑이 좌변에서 실수를 했는데 실전진행을 보면 흑이 사는 과정에서 백돌이 선수로 연결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백이 두터워져 어렵지 않게 △의 곳에 붙여가는 맛을 노릴 수 있게 되었다.
참고도3-3(냉정한 삶)
흑이 1로 두어 냉정하게 두는 것이 정수였다.
실전은 백이 다 연결되어 두터워진 반면 지금은 △의 곳을 살리게 되면 백이 전체적으로 엷다.
참고도3-4(잡으러 가는 것은 무리)
실전에는 흑이 1로 잡으러 가지 않고 2자리에 두었는데 잡으러 가는 것은 백2로 가만히 잇는 수가 좋은 수여서 잘 안 된다. 이어 4로 찝어 백이 한 수 빠른 것을 알 수 있다.
장면4(그림 같은 흑의 수순)
국면은 만만치 않은 가운데 종반을 맞이하고 있다.
실전은 백이 쉽게 가는 길을 놓치고 원성진 9단의 승부수를 맞아 어지러운 패싸움을 하게 되었다.
불리한 가운데 원성진 9단의 승부호흡이 빛났다고 말할 수 있겠다.
참고도4-1(백이 쉽게 가는 길)
실전은 백이 상변의 10의 곳을 두어 흑의 가일수를 강요했는데 원성진9단의 반발이 주효해 바둑이 어려워졌다.
불리한 원성진 9단이 받지 않고 하변 그리고 우변 그리고 우상귀까지 차지하면서 집으로 역전을 시켰다!
백이 1로 두는 것이 간명했다. 상변은 넘어가는 정도로 충분하다.
참고도4-2(프로의 수읽기)
좌하귀의 백이 둔 수는 지나가는 길에 둔 것처럼 보이지만 깊은 뜻이 있었다.
프로의 수읽기를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장면5(수읽기로 제압하다!)
프로의 수읽기의 끝은 어디일까? 좌하의 공작은 설명 없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천야오예9단이 마지막으로 패에 승부를 걸었지만 원성진9단이 단 하나의 팻감으로 상대를 녹이고 말았다.
실전의 29의 팻감이 결정타! 이것으로 승부는 결정되었다.
참고도5-1(우하귀 수읽기)
실전에 a의 곳으로 먹여쳐 간 것이 생각하기 힘든 팻감.
천야오예9단이 여기까지 읽고 알면서 이 수순을 결행했을지 궁금한 장면이다.
만약 a의 곳의 팻감을 쓰지 않고 우하쪽 팻감을 쓰면 어떻게 될까?
△의 활용이 도움이 되어 백이 한 수 빠르다. 천예오예 9단은 이것을 읽었을 것이다.
참고도5-2(한발 앞선 원성진9단)
긴 패싸움이 이어졌지만 1로 먹여치는 수를 두어 패를 이긴 것이 결정타.
하변에서 큰 끝내기를 해서는 승부가 결정 났다.
중후반까지의 흐름은 원성진 9단 쪽이 조금 더 어려웠지만 원성진 9단이 마지막에 패를 받지 않고 버텨간 것이 좋았다. 실전은 아슬아슬하게 한 팻감차로 승부가 결정났다. 원성진 9단의 강인함을 엿볼 수 있던 일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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