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란만장했던 전투를 반집승으로 매듭 지은 이세돌(오른쪽)이 구리와 복기를 나누며 승부처를 되돌아 보고 있다.
흑백의 미생 4마리가 불을 토하며 싸우더니 흩어지고 뭉치면서 변환했다. 부러질 것 같으면 바꿔치기가 일어났고, 반대 편이 위기에 몰리면 다시 바꿔치기가 되면서 형세판단은 불가능한 영역으로 변했다. 전반적으로는 구리(古力) 9단의 안정적인 운영이 돋보였고 이세돌 9단은 판을 흔드는 괴력을 보여줬다. 과연 고수들의 싸움이었고 역시 세기의 대결이었다.
11일 중국 상하이 그랜드센트럴 호텔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201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 마스터스 결승3번기 제1국에서 이세돌이 중국 구리에게 306수 만에 백반집승을 거두며 중간전적 1-0으로 앞섰다.
그토록 싸웠건만 종내에 승부는 반집을 다퉜다. 후반에 들어갈 때는 구리가 미세하게 우세한 국면이었으나 역시 끝내기는 구리의 아킬레스 건이었다. 이세돌이 의중을 계속 거스르면서 타격을 주자 구리는 심적으로 동요했고 약간씩 실점하기 시작했다.
두터움 때문에 조금이라도 우세할 것으로 예상됐던 구리는 결국 반집을 다퉈야 하는 국면을 허용했고 누가 더 정밀하냐가 승부의 관건이 됐다.
마지막엔 이세돌이 반패를 굴복하면 지고 이상 없으면 반집을 승리하는 지극히 미세한 상황으로 치달았는데, 이세돌은 팻감을 사전에 봉쇄하면서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이 바둑을 보던 한국 프로기사들은 “정말 기가 막히게 이긴다”고 찬탄했다. 후반이 시작될 때 승부를 결정 지을 기회가 여러 번 있었던 구리는 땅을 칠 수밖에 없었다.
오로대국실에서 이 바둑을 해설한 원성진 9단은 “좌변에서 이세돌 9단이 찝음(115)를 당했을 때 절망적인 형세로 봤는데 하변에서 호착(122)를 두면서 풀렸다. 후반에 구리 9단이 미세하나마 남기는 국면이었으나 실수했고, 이세돌 9단이 이를 놓치지 않고 기회를 포착하면서 역전했다.”고 총평했다.
국후 이세돌은 “전부터 생각은 했지만 역시 구리 9단의 초반은 정말 세구나 하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나름 저도 대비한다고 한 것이긴 한데 잘 안 풀렸다. 나중엔 1집반 정도 지겠구나 하고 생각했다가 역전했다”며 “아직 ’화살이 두 개 남아 있는’ 내가 유리하다. 내일 2국은 초반에 좀 더 대비하도록 하겠다. 이번 결승전이 자신 있었는데 오늘 승리로 자신감을 이어가게 됐다”고 했다.
▲ 이세돌이 한국과 중국의 매체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이버오로는 12일 같은 장소 같은 시각에 이어지는 제2국을 김영삼 9단의 해설로 생중계한다. 김영삼 해설자는 앞서 이세돌vs구리 전을 예상하면서 “이세돌 9단이 반집 두텁다”고 비유적으로 표현한 바 있다.
201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의 우승상금은 3억원이며 총상금 규모는 8억원이다. 한국이 10차례로 최다 우승을 하고 있으며 그 뒤로 중국이 4차례, 일본이 2차례를 기록하고 있다. 제한시간은 2시간에 초읽기 60초 5회로 오전 11시에 대국이 시작, 점심시간 없이 스트레이트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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