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의 주련(柱聯)에 엇비슷이 세운 우등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오래전에 준비한 고래 기름이 타오르는 불빛은 어둠을 몰아낸 채 끈끈하게 울리는 ‘북리의 무와 미미의 악’ 속에 젖어들었다.

선남선녀들의 움직임은 사전에 조율된 게 아니었다. 이곳의 여인들은 지소태후가 금단진전에서 교육시켰던 유녀(遊女)들이었고 사내들은 해거름녁에 월성에서 도착한 화랑들이었다. 그들은 각 줄의 향도자가 안내하는 방중무(房中舞)를 흉내냈지만 눈썰미가 좋아 특별히 지적받을 상황은 아니었다. 젊은 그들은 인도자의 요구대로 거리낌없이 상대를 사랑해주었다. 바닥이건 나무 밑이건 돌층계건 어디든 상관없었다. 기력이 떨어지면 미약(媚藥)이 함유된 술을 마셨고 손을 펼치면 어느 쪽이건 상대가 있었다.

이 모습을 약간 높은 곳에서 바라보던 진흥왕은 용안을 붉게 물들인 채 몇 잔의 술을 마셨다. 사실 왕으로서는 처음 보는 모습이기에 어찌할 방도를 몰라 술을 들이켰다. 어쩌면 남에게 보이기 싫은 자신의 가장 허약한 곳이 도드라졌다는 점에서 진흥왕은 술을 마셨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자신의 약한 곳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길 싫어한다. 훗날 미국의 어느 소설가가 이런 말을 했다.

“우리들이 발가벗은 프랑스 여자나 미국 여자를 마주보게 됐다면 그녀들은 급히 사타구니를 가릴 것이다. 그러나 아랍 여자는 얼굴을 가릴 것이며 그리스 여자는 유방을 가리며 시리아 여자는 무릎을 가리며 사모아 여자는 배꼽을 가리며 중원의 여자는 발을 가린다.”

그렇다면 신라 여인, 서라벌 여인은 어딜 가릴 것인가? 그녀들은 마음을 가릴 것이다. 땅덩이가 토실하게 큰 중원과 삼한의 변방에 위치한 신라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중국인들이 기를 쓰고 발을 가리는 전족(纏足)을 하는 이윤 무엇인가. 발을 친친 감게 되면 어떤 변화가 오는가? 기록을 찾아 올라가면 중원의 문인들은 전족을 가리켜 ‘초생달’이니 ‘삼촌금련(三寸金蓮)’이라 불렀다.

금련이라 부른 이유는 궁정춘화(宮廷春畵)로 이름 높은 남조(南趙)의 제폐제(齊廢帝), 동혼후(東昏候), 소보권(蕭寶卷)이 황금으로 만든 연꽃 위를 반비(潘妃)에게 걸어가게 한 데서 유래한다. 이런 이유로 후대에 와 여인이 사뿐사뿐 걸어가는 걸 금련보(金蓮步)라 하였고 나중엔 전족한 발을 ‘삼촌금련’이라 불렀다. 초생달(新月)은 남당의 이후주가 춤을 잘 추는 귀여운 무희의 발을 베로 잘 감아 연꽃 위를 춤추며 걷게 한 데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삼촌금련이란 전족이 생기기 훨씬 이전부터 중원의 사내들은 반비의 고사처럼 발이 작은 여인에 대해 깊은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대표적 미인으로 손꼽히는 전한(前漢) 성제(成帝) 때의 비연(飛燕)은 허리가 가냘픈 미인인데 워낙 발이 작아 마치 손바닥 위에서 춤 추는 것 같았다고 쓰여 있다.

육조시대(六朝時代)에 쓰여진 <비연외전>에 의하면, 성제가 만년에 정력이 감퇴돼 기력이 쇠하자 비연이 춤을 추었는데 전족한 그녀의 발을 보고 기력이 솟구쳐 젊은이 못지않은 용력이 차올랐다고 한다. 이후 중국의 방중술은 수나라 이후 집대성 됐는데 중원인들이 발이 작은 여인을 전통적으로 좋아하는 데는 성의학서에 전하는 기록 때문으로 풀이 된다.

<···여인의 음호(陰戶)를 옥문(玉門) 또는 옥호(玉戶)라 부르는 것은 그 출입문이 괄약근이기 때문이다. 대게 명기(名器)라 부르는 것은 이 괄약근의 수축력이 강한 여인이다.>

괄약근의 수축력은 발이 작은 여인일수록 강하다. 비연처럼 발이 작은 여인이 춤을 추면 허리와 배에 힘이 들어가 자궁의 수축력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성사(性史)>에 전하는 음호십이품(陰戶十二品)에는 여인이 그곳을 오므리는 힘이 강한 것을 용주(龍珠)라 하여 최고 명기로 치고 이것을 속칭 ‘문어발’이라 한다.

전족을 하여 발을 칭칭 감으면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가? 발의 모든 뼈, 특히 발등이나 발가락뼈 그리고 정강이뼈가 정상적으로 발육하지 못하므로 걸을 때엔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한다. 그러므로 엉덩이를 잘 흔들어야만 걸을 수 있어 조화있게 흔드는 형태가 괄약근을 수축시키는 운동이 돼 전족을 한 본래 목적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섞인 게 미약(媚藥)이다. 이것은 약물비법으로 여인의 음호 안에 약을 넣어 수축작용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진시황이 애용했다는 ‘시황동녀단(始皇童女丹)’을 비롯해 ‘한손조난로방(漢孫眺煖爐方)’ ‘소녀우선단(素女于仙丹)’ ‘착음방(窄陰方)’ ‘대로입호방(對爐入戶方)’ 등 그 종류는 부지기수다. 이러한 미약을 사용하면 사내의 상징물이 진입했을 때 꼭 끼워 죄이는 가락지의 운치가 있다고 전한다.

그런 이유로 전족은 중국 춘화도에 영향을 주게 돼 요상한 체형으로 나타난다. 신라에 전해진 것만 보아도, 여인의 두 다리를 잡고 관계하는 그림들이 한결같은 모습들인데 ‘연벽(蓮癖)’이라 불렀다. ‘연꽃’이 여인의 그곳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런 걸 보면 지소태후가 후원 연못에 연꽃을 흐드러지게 키웠던 건 또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대부분 성의학서엔 여인의 음호를 연꽃에 비유하고 자궁을 꽃술로 나타낸다. 그런 탓에 중원의 문학에선 숫처녀가 첫날밤을 치르는 것을 개포(開苞)라 하는 데 이 말을 봉우리를 터뜨린다는 뜻이다.

수문제(隋文帝)의 부인 독고황후(獨孤皇后)가 즐겨 사용한 ‘도삽연화(倒揷蓮花)’란 체위는 연꽃을 거꾸로 꽂는다는 여성 상위의 체위로 속칭 맷돌놀이라 부른다. 역사적으로 이런 체위를 즐기는 여인을 상대하는 제왕들은 요절하는 경우가 많았다.

남녀의 기이한 모습들이 훗날 명(明)나라에까지 전해지는데 내명부 사관 요령시가 편찬한 <채비록(采菲錄)>엔 전족을 예찬한 글이 쓰여 있다.

옥처럼 하얀 죽순이 뾰족뾰족해

살에 닿으면 찌를 것 같은데

그 기묘함 따를 바 없네

  玉筍尖添

觸膚如刺

其妙無極

  ▲연벽(蓮癖) ; 이에 대한 설명은 몇 가지로 나뉜다. 그러나  색을 밝히는 것을 절대적으로 의미한다.

▲도삽연화(倒揷蓮花) ; 이것은 체위의 하나지만 <수문제염사>란 책을 보면 이로 인해 수문제는 독고황후에게 진절머리 치는 밤을 맞이해 기회만 있으면 바람을 피운다.

▲호랑이 손잡이 검은 전장에 나선 장수들이 쓰는 검입니다